[테헤란로] 한계 봉착한 대출 총량규제
"주택 가격이 안정화된다면 서민·중산층에서 주택 구입이 원활해지고, 서민 주거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10·15 부동산대책 발표 당시 신진창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현 사무처장)이 '강도 높은 대출규제가 서민과 중산층을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놓은 답이다. 같은 해 6·27 부동산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6억원' 한도 제한을 건 금융위가 주택 가격에 따라 6억·4억·2억원의 정밀한 대출한도 규제에 나서자 15억원 미만의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르면서 실수요자에게 피해가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쏟아졌다.
실제 대출 총량규제를 대표하는 6·27 대책 이후 1년이 지나고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KB부동산 기준) 15억8284만원으로 1년 만에 11.8%(1억6765억원) 상승했다. 강도 높은 대출규제 정책을 내놓더라도 소위 '약발'이 오래가지 못한 결과다. 금융위는 올해는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년 대비 1.5%로 억제한 가계대출 총량규제 정책을 한층 더 강화했다. 부동산과 금융을 '절연'하겠다고 선언했고, 하반기 금융위 업무보고 전 기자들과 가진 사전브리핑에서도 '1.5%'를 조정할 수 없다고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총량규제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점이다. 금융위는 올 초부터 월별·분기별 관리체계를 도입했고, 한도를 초과한 금융회사는 금융당국이 각별히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5대 시중은행 기준으로 가계대출 증가액 목표치가 이미 80%에 도달하면서 한겨울의 대출절벽 현상이 반년이나 앞당겨졌다. KB국민은행이 주담대 한도를 3억원으로 줄이자 풍선효과를 우려한 다른 은행들도 덩달아 대출문턱을 높이거나 문을 닫으면서 대출이 막힌 실수요자들은 은행 지점을 돌기 시작했다.
사실 올해 정책성 대출을 제외한 주담대 잔액은 거의 늘지 않았다. 오히려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한 것은 신용대출이다. 주식투자 열풍이 불면서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선 영향이다.
가계대출 총량규제는 주담대와 신용대출, 전세대출 등을 합산한다. 즉 신용대출 증가세가 지속되면 주담대로 내줄 총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주담대 외에 급하게 생활안정자금이 필요한 서민이나 중산층의 경우에도 은행들의 대출 셧다운이 본격화되면 당장 피해를 입게 된다. 대출규제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청년층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 결국은 기존 양적인 규제방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