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이끄는 메모리 슈퍼사이클…"2027년까지 호황 이어진다"
(서울=뉴스1) 황진중 기자 =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힘입어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슈퍼사이클이 2027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어지지만, AI 메모리 생산능력 확대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공급 부족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과 재무안정성은 더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장기적으로 중국 업체들의 메모리 생산시설 증설 등이 업황과 기업 신용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하반기 산업 전망 세미나에서 AI 메모리 중심의 수요 확대가 범용 D램과 낸드까지 확산하면서 메모리 업황이 2027년까지 우호적인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상반기 정기평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을 기존 'WA 긍정적'에서 'WA+ 안정적'으로 한 단계 상향 조정했다.
AI 투자 확대에도 메모리 공급 제자리…가격 강세 이어질 듯
한신평은 최근 메모리 시장이 수요 증가 속도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구조적인 초과 수요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주요 범용 메모리 계약가격은 올해 6월까지 약 18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AI 서버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와 함께 메모리 업체들이 생산라인을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범용 메모리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진 영향이다.
수요 확대를 이끄는 배경에는 글로벌 빅테크들의 공격적인 AI 투자 기조가 자리하고 있다. 아마존(AWS),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올해 AI 인프라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약 7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라 클라우드 사업 매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 단기간 내 투자 축소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다.
김정훈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올해 설비투자가 전년 대비 약 70% 증가한 반면 메모리 업체들의 증설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서 "2027년에도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설비투자는 전년 대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AI 분야 성장 잠재력이 큰 만큼 단기간에 투자를 축소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메모리 공급 확대는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AI 메모리 생산시설에는 적층 공정과 첨단 패키징 공정이 추가돼 범용 메모리보다 더 큰 투자와 긴 건설 기간이 필요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증설 일정을 앞당기고 있지만 신규 생산능력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시점은 2027년 하반기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설 시 최신 공정을 유지하기 위해 고정비가 커졌지만, 업황에 따라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가 조금만 더 팔려도 이익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지만 덜 팔리면 손해 역시 커지게 되는 구조다.
김 수석애널리스트는 "AI 메모리 생산시설 구축에는 적층 공정이나 첨단 패키징 공정이 추가돼 범용 메모리 생산 시설 대비 훨씬 큰 규모의 투자와 긴 건설 기간이 필요하다"며 "메모리 업체들의 영업 레버리지는 과거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안정적인 이익 창출력 확보 여부가 신용도 측면에서 중요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마이크론 호실적…HBM 경쟁력 '장기 승부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과 재무 체력은 AI 수요 확대에 힘입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한신평에 따르면 메모리 가격 상승과 출하량 증가가 맞물리면서 주요 메모리 업체들은 올해 들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을 웃도는 실적을 거두고 있으며, 영업현금창출력을 확대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매출 171조 원, 영업이익 89조 4000억 원을 잠정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전체 영업이익의 90%가량이 반도체(DS) 부문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마이크론도 2026회계연도 3분기(3~5월) 매출이 414억 6000만 달러(약 64조 원)로 전년 동기 93억 달러(약 14조 3000억 원) 대비 345.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사업 부문별로는 HBM이 포함된 클라우드 메모리 사업부문 매출이 137억 6900만 달러(약 21조 3000억 원)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SK하이닉스는 29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HBM 판매 확대를 바탕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경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신평은 HBM 경쟁력이 앞선 SK하이닉스가 지난해 가장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뤘고, 올해 들어서는 범용 메모리 가격 강세가 이어지면서 생산능력이 가장 큰 삼성전자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평가했다.
현금창출력이 확대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대규모 현금을 확보할 수 있어 설비 투자와 업황 변동에도 대응할 수 있는 재무 여력이 과거보다 한층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메모리 업체들의 증설과 기술 경쟁력이 변수로 꼽힌다. 한신평은 단기적으로는 중국 업체들의 증설이 메모리 산업 수급이나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주요 업체들이 HBM 등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생산라인을 재편하면서 범용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김 수석애널리스트는 "2027년까지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지속되고 메모리 업체의 신규 생산능력도 2027년 하반기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으로 보여 단기간에 메모리 가격이 하락세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메모리 업계의 장기 공급 계약 기반 강화 추세를 감안하면 가격 하락 폭이 과거 대비 일정 수준 내에서 통제될 가능성이 높고 출하량 증가를 바탕으로 시장 규모는 2027년에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