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려고 누우면 다리에 이상한 감각"…애매모호한 증상 탓에 진단 늦어지는 병 [이거 무슨 병]
[파이낸셜뉴스] "가만히 있거나 자려고 누우면 다리에서 이상한 감각이 느껴져 잠 들기가 힘드네요."
주부 윤모씨(47·여)는 3년 전부터 다리때문에 잠을 설쳐 고생하고 있다. 침대에 눕기만 하면 다리에 불쾌한 감각이 밀려오면서 다리를 털거나 움직이고 싶은 참을 수 없는 충동이 들어서다. 잠을 잘 때 뿐만 아니라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는 자리에서도 다리가 불편해 영화관이나 장거리 버스는 아예 피하게 됐다. 뒤늦게 신경과를 찾은 이씨에게 내려진 진단은 '하지불안증후군'이었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누워 있거나 앉아서 쉴 때 다리에 이상 감각이 생기면서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는 신경계 질환이다. 환자들은 다리 안쪽이 간질거리거나 벌레가 기어가는 느낌, 저리고 당기는 느낌, 쥐어짜는 듯한 통증 등 다양한 표현으로 증상을 호소한다. 다리를 움직이거나 주무르면 잠시 증상이 사라지지만 멈추면 이내 다시 시작된다.
하지불안증후군은 드문 병이 아니다. 전 세계 유병률은 5~15% 수준으로 보고되며, 국내 환자만 약 36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60%가량인 220만명은 수면장애까지 함께 겪고 있을 것으로 본다.
문제는 적절한 치료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음에도 질환 자체를 몰라 수년간 고통을 견디는 환자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는 전체의 20~30%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환자 10명 중 7명은 병명도 모른 채 밤을 견디고 있다는 뜻이다.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2~5배 많고, 연령이 올라갈수록 유병률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세계하지불안증후군연구회(IRLSSG)가 제시하는 핵심 진단 기준은 크게 네 가지다. ▲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강한 충동과 불쾌한 감각 ▲앉거나 누워 있을 때 증상 시작·악화 ▲걷거나 스트레칭 등 움직이는 동안 증상 완화 ▲낮보다 저녁이나 밤에 증상 집중이다.
다리 외에 팔, 어깨, 몸통으로 증상이 확산하기도 하며, 환자의 80%가량은 수면 중 다리가 주기적으로 움찔거리는 '주기적 사지운동증'을 동반해 수면의 질이 극도로 떨어진다.
다리가 저리고 무거운 증상만 보면 하지정맥류나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와 구분이 어렵다. 실제로 환자들은 정형외과나 혈관외과를 찾았다가 검사상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소리를 듣고 방황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하지불안증후군은 하지정맥류·허리디스크와 구분되는 특징이 있다. 하지정맥류는 오래 서 있거나 활동한 뒤 다리가 무거워지고 다리를 높이 올리고 쉬면 편해진다. 허리디스크는 특정 자세나 신경 압박 정도에 따라 통증이 좌우된다. 반면 하지불안증후군은 가만히 쉴 때 심해지고 움직이면 완화되며 저녁과 밤에 집중된다.
명확한 발병 기전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학계에선 뇌의 도파민 시스템 불균형을 주요 원인으로 본다.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합성에 철분(Fe)이 필수적으로 쓰이기 때문에, 뇌 내부의 철분 결핍 역시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혈액검사상 일반적인 빈혈이 없더라도 뇌 내 철분이 부족하면 증상이 유발되거나 악화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만성 신부전, 말초신경병증, 당뇨병, 갑상선 질환 등이 원인이 되며, 임신 후기에 나타났다가 출산 후 사라지기도 한다. 발병 연령이 어릴수록 가족력이 관찰되는 경향이 있다.
진단을 받은 환자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대목 중 하나는 파킨슨병과의 연관성이다. 치료에 파킨슨병 치료제 계열인 도파민 작용제가 사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질환은 발병 메커니즘이 전혀 다르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생성하는 신경세포 자체가 소실되는 퇴행성 뇌질환인 반면, 하지불안증후군은 도파민 기능 이상과 철분 대사 불균형에 의한 감각·운동 장애다.
하지불안증후군이 파킨슨병으로 진행하지 않으며 치명적인 중증 질환으로 발전하지도 않는다. 다만 만성 수면 장애를 유발해 낮 시간의 집중력 저하와 우울감으로 이어질 수 있어 방치는 금물이다.
치료는 원인 질환을 찾아 조절하거나 증상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철분 결핍이나 말초신경병증 등 원인이 명확하다면 해당 질환을 치료함으로써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어 진단 초기에는 혈액 검사를 우선 시행한다. 철분 수치가 낮다면 철분제 투여를 고려한다.
증상이 지속해 수면을 방해한다면 전문의 처방에 따라 도파민 작용제 등의 약물치료를 시행할 수도 있다. 다만 도파민 계열 약물은 장기 복용 시 오히려 증상이 더 일찍 나타나거나 심해질 수 있어 반드시 전문의의 엄격한 지도하에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증상이 경미하다면 약물 치료에 앞서 생활습관 개선이 우선이다.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유지하고 커피·녹차 등 카페인 음료와 음주, 흡연을 삼가야 한다.
잠들기 전 따뜻한 물로 목욕하거나 다리 마사지, 온열 팩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되며,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식단으로 철분 흡수를 돕는 생활 관리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