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장 된 반도체주…하루에 8%씩 오르내렸다
[파이낸셜뉴스] 한국과 미국 증시를 이끌던 글로벌 반도체주가 이달 들어 극심한 변동성에 휩싸였다. 인공지능(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을 타고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주가는 하루에도 10% 가량 널뛰며 '도박장'을 방불케 하는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마이크론은 전 거래일 대비 12.17% 급등한 970.82달러에 마감했다. 같은 날 샌디스크(14.24%), AMD(8.11%), 인텔(8.64%) 등 미국 주요 반도체주도 큰 폭으로 움직였다. 한국 코스피에서도 지난 21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4~6% 상승세를 보였다.
이달 들어 국내외 반도체주의 변동성이 유독 두드러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AMD, 샌디스크 등 국내외 반도체주의 이달 일중 평균 변동률은 7.99%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가 10.08%로 가장 높았고 샌디스크(9.61%)도 10%에 육박했다. 삼성전자(8.01%), 마이크론(6.54%), AMD(5.71%)도 5%를 넘겼다.
일중 변동률은 영업일 당일 지수의 '고가와 저가의 차이'를 '고가와 저가의 평균값(중간값)'으로 나눈 값으로, 당일 지수의 평균 대비 변동폭의 비율이다. 반도체 5개사의 주가가 이달 들어 하루에 8%씩 오르내렸다는 의미다.
이는 시장 전체의 변동성과 비교하면 확연히 큰 수치다. 이달 나스닥종합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일중 평균 변동률은 각각 1.31%, 0.86%에 그쳤다. 샌디스크와 나스닥을 비교하면 지수보다 개별 종목이 8.5배 더 흔들렸다는 의미이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이 높은 코스피의 이달 일중 평균 변동률은 6.75%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유독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변동성이 큰 배경으로는 지난 5월 말 출시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지목된다. 레버리지 ETF는 선물이나 총수익스와프(TRS) 등 파생상품을 활용해 기초자산 일일 수익률의 2배 변동성을 추구하는데, 주가가 움직일 때마다 목표 배수를 다시 맞추기 위한 리밸런싱 수요가 발생하며 기존 추세를 증폭시킨다.
다만 변동성의 '주범'을 레버리지 ETF로만 보긴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레버리지 ETF의 리밸런싱은 기존 추세를 증폭시키는 구조이지 장중 추세를 반전시키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최근 변동성 확대의 근본 원인은 글로벌 반도체 업황 자체의 변동성"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시야를 올해 전체로 넓히면 오히려 미국 반도체주의 변동성이 더 크다. 샌디스크의 올해 일중 평균 변동률은 8.28%로, 올해 내내 하루 평균 8% 가량 등락을 거듭했다. 마이크론(6.18%)과 SK하이닉스(5.95%), 삼성전자(5.10%), AMD(4.99%) 등도 5%를 웃도는 높은 변동성을 보였다. 변동성의 뿌리가 상품 구조보다는 업황 기대와 밸류에이션 논쟁에 있음을 시사한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만큼 최근의 하락도 비이성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류형군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급락이 이어진 반도체 산업에 대해 "비이성적 주가 하락"이라며 "때아닌 고점 논란 속 시장은 과도한 주가 하락을 경험했다"며 "주가 급락 과정에서는 수많은 이유들이 제시되기 마련인 만큼 이제 얽힌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갈 때"라고 전했다.
[email protected] 한영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