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 노란봉투법 혼란, 재개정 외엔 달리 수습할 길 없어

파이낸셜뉴스

정부, 뒤늦게 "쟁의 범위 기준 마련"
규정 만들어도 반발 소송 쇄도할 것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사진=뉴시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사진=뉴시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노란봉투법(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논란이 되고 있는 노동조합의 교섭과 쟁의행위 범위를 구체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노동 현장에 일어나고 있는 분쟁 문제를 지적하고 'N% 성과급'이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라고 언급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노란봉투법이 야기할 혼란은 법 제정 당시부터 줄기차게 제기돼 온 문제다. 예상한 대로 특히 사용자성 판단 문제를 놓고 노사갈등이 극심한 상황이다. 반도체 기업의 환경미화를 담당하는 노동자가 기업을 상대로 노동쟁의를 벌일 수 있는지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 하나의 예다.

다른 하나는 노란봉투법이 '사업 경영상 결정'까지 노조의 쟁의행위에 넣은 부분이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사측 권한으로 간주된 신규 공장 건설, 생산기지 이전 등 경영상 결정도 노동자의 근로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게 했다.

이 규정을 근거로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호남 반도체 공장 건설을 내년 노사교섭 의제로 다루겠다고 나서자 이 대통령이 "터무니없다"고 비판하며 노동부에 관련 기준을 마련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야당은 노란봉투법이 호남반도체를 가로막고 있다며 여당의 자업자득이라고 힐난했다. 반면 양대 노총은 이 대통령의 발언이 노란봉투법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정부가 구체적인 기준과 범위를 마련한다고 해도 노사 양쪽을 모두 만족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상위법인 노란봉투법을 따라야 하는 명령이나 규칙을 통한 규정이 마련된다 해도 분란은 가시지 않을 것이다. 결국은 노사 양측은 사법부의 판단을 받으려 할 게 분명하다.

이런 혼란을 자초한 것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며, 이 대통령도 노란봉투법의 입법을 지지하고 동의했었다. 이제 와서 혼란과 갈등을 깨닫고 남의 일처럼 말하는 것으로 비치니 야당의 비판을 받을 이유가 충분하다. 노란봉투법은 입법 단계에서부터 규정을 명확히 해야 했으며, 노조 쪽으로 편향된 규정 신설은 신중하게 다뤘어야 했다. 민주당은 당시 어떤 반대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고 묵살했으니 혼란을 수습할 책임이 있다.

수습이란 문제가 있는 조항을 재개정하는 것밖에 없다. 정부 지침을 마련한들 노조가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어느 한쪽이 유리하게 마련된 조항을 거둬들이기는 쉽지 않다. 그렇더라도 여당은 냉정한 태도로 법 개정 문제를 꺼내 논의의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성과급은 법 조항을 잘 해석하면 의무적 교섭 대상이 아닐 수 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됐다. 온 기업, 온 나라가 성과급을 놓고 들끓고 있다. 정부는 정부대로 초과이윤을 특정 목적으로 쓸 논의를 하며 불을 지르고 있다. 그 배경에 노조의 권한을 강화한 친노동적 정책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노동운동은 탄압해도 안 되지만 너무 커져도 기업 성장과 나라 발전과 장애가 된다. 파업을 볼모로 한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국민의 눈높이에서 봐도 너무 과도한 성과급을 보장받은 일을 국민들은 목도하지 않았나. 앞으로 이런 일은 또 일어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제부터라도 노동정책에서 노사 균형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 정당한 노조의 권한은 보장하되 부당한 권리 행사에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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