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 석화 구조재편, 울산 3호 늑장 결정 용납 안돼

파이낸셜뉴스

2호 대상 여수 프로젝트 정부 승인
글로벌 구조적 공급과잉 대비해야

산업통상부는 여천NCC 1∼3호기 중 이미 가동이 중단된 3호기 외에 2호기를 추가 폐쇄하고 남은 1호기를 롯데케미칼 여수 사업장과 합쳐 통합법인을 설립하는 내용의 여수산단 석유화학 사업재편계획서 최종안을 승인했다고 22일 밝혔다. / 그래픽=연합뉴스
산업통상부는 여천NCC 1∼3호기 중 이미 가동이 중단된 3호기 외에 2호기를 추가 폐쇄하고 남은 1호기를 롯데케미칼 여수 사업장과 합쳐 통합법인을 설립하는 내용의 여수산단 석유화학 사업재편계획서 최종안을 승인했다고 22일 밝혔다. / 그래픽=연합뉴스

정부가 여수산단 석유화학 사업재편 계획을 최종 승인했다. 지난 2월 대산 1호 프로젝트에 이은 두 번째 구조개편 승인이다. 석화 사업재편 작업은 기업들의 자발적인 희생과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 및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국내 3대 석유화학 산단 중 마지막 퍼즐인 울산 사업재편 건이다. 울산 3호 사업재편 프로젝트는 구체적인 재편안조차 내놓지 못한 실정이다. 마지막 사업재편까지 완결되지 않으면 지금까지 추진해온 사업재편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 지역 석화기업들은 최근 중동사태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유류 수급차질로 석화업계는 오히려 실적이 좋아지는 특수를 누렸다. 이런 마당에 굳이 구조개편을 서둘러야 할 이유가 약해졌을 것이다. 사업환경이 잠깐 좋아지다 보니 업체 간 사업 구조조정을 놓고 견해차가 생기면서 구조개편을 주저하는 모양새다.

특히 약 9조원이 투입된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는 이번 구조조정 논의의 발목을 잡는 최대 변수다. 연간 180만t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는 이 설비는 내년 본격 가동될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정부의 전체 감산목표치 절반에 해당하는 새로운 생산능력이 추가되는 셈이다.

이미 대산과 여수의 기업들이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 동참키로 했는데, 울산 지역만 대규모 신규 설비를 가동한다면 가당키나 한 말인가. 샤힌 프로젝트가 선제투자로 효율을 높인 사례라는 논리만으로 감산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 이런 주장을 방치한다면 먼저 구조조정에 나선 기업들에 대한 명백한 역차별이다. 큰 틀에서 전체 업계의 감산목표 안에 포함시켜 판단하는 게 순리다.

석화기업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사업재편을 일부러 늦추거나 딴마음을 먹는 건 국내 석화산업 스스로 자해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이번 석화 사업재편은 국내 문제보다 대외환경 악화 탓에 추진하는 것이다. 전 세계 석화시장은 지금 구조적 공급과잉 덫에 빠졌다. 중국의 대규모 증설과 저가공세로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의 석화산업도 대위기를 맞고 있다.

여기에다 원유를 수출만 하던 중동이 자체 생산시설을 갖추고 저원가 생산에 들어갔다. 또 세계 수요 둔화라는 근본적 공급과잉 구조까지 겹치면서 석화산업은 그야말로 레드오션에 빠졌다. 최근 실적 호조는 중동 정세불안 등 일시적 변수에 따른 반짝 반등일 뿐이다. 단기 실적이 좋다고 이대로 안주하겠다는 생각은 경쟁력을 스스로 퇴화시키는 어리석은 셈법이다.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구조조정에 늑장을 부리거나 무임승차를 시도하는 일은 용납해선 안 된다. 석화 구조조정은 산업 하나를 살리느냐 마느냐의 문제를 넘어 국가 기간산업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중복설비를 줄이고 체질을 바꿔 고부가가치·친환경 제품 중심으로 전환해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하자던 초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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