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당뇨 환자에겐 최악의 계절… 더위·습도에 혈당조절 어려워 [Weekend 헬스]
더위에 식욕 떨어지고 활동량 줄어들어
탈수 겹치면 급성 합병증 위험도 커져
갈증 없어도 수분 섭취 조금씩 자주해야
식사는 채소·단백질→ 탄수화물 순서로
실내 걷기·계단 오르기도 혈당관리 도움
장마가 시작되면 당뇨병 환자들의 건강관리에도 비상이 걸린다.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와 높은 습도는 식욕을 떨어뜨리고 활동량을 줄이는 데다 탈수 위험까지 높여 혈당 조절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당뇨병은 단순히 혈당만 관리하는 질환이 아니라 작은 생활습관 변화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성질환인 만큼 장마철에는 평소보다 더욱 세심한 관리가 요구된다.
2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당뇨병 환자는 409만9000여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353만7000여명보다 약 56만명 증가한 수치다. 고령화와 비만 인구 증가, 서구화된 식습관 등의 영향으로 환자 수는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마철이 당뇨병 환자에게는 가장 위험한 계절 가운데 하나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조윤경 교수는 "여름철에는 더위 때문에 입맛을 잃고 운동량이 감소하면서 혈당 관리가 쉽게 무너질 수 있다"며 "탈수까지 겹치면 급성 합병증 위험도 크게 높아진다"고 말했다.
■덥고 습할수록 혈당은 더 불안정해져
많은 사람들이 겨울보다 여름이 건강관리에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당뇨병 환자에게는 반드시 그렇지 않다. 장마철에는 습도가 높아 체온 조절이 어려워지고 땀 배출이 많아진다. 이 과정에서 체내 수분이 부족해지면 혈액 농도가 짙어지면서 혈당도 함께 상승하게 된다.
당뇨병 환자는 정상인보다 탈수에 더 취약하다. 혈당이 높으면 소변으로 당이 배출되는 과정에서 수분도 함께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여기에 무더위까지 더해지면 탈수는 더욱 심해질 수 있다.
탈수가 지속되면 혈당은 더욱 상승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심한 경우 고삼투압성 고혈당 증후군(HHS)이나 당뇨병성 케톤산증(DKA) 같은 응급질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조 교수는 "갈증을 느낄 때만 물을 마시면 이미 탈수가 진행된 경우가 많다"며 "갈증이 없어도 조금씩 자주 수분을 보충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마철이면 시원한 냉면이나 비빔국수, 열무국수, 콩국수 등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입맛이 없을 때 간편하게 먹기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음식은 대부분 정제 탄수화물 비중이 매우 높다.
면만 한 그릇 먹게 되면 단백질과 식이섬유 섭취가 부족해지고 혈당은 빠르게 상승한다. 특히 비빔양념에는 설탕이 많이 들어가고 국물류는 나트륨 함량도 높아 혈압 관리에도 좋지 않다.
전문가들은 국수를 먹더라도 채소와 단백질을 반드시 함께 섭취할 것을 권한다. 콩나물이나 숙주, 무순, 오이, 상추 등을 충분히 넣고 삶은 달걀이나 닭가슴살 등을 곁들이면 혈당 상승 속도를 줄일 수 있다.
식사 순서도 중요하다. 채소를 먼저 먹고 단백질을 섭취한 뒤 마지막에 탄수화물을 먹는 것이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된다.
수박과 참외, 포도, 복숭아는 여름철 대표 과일이다. 수분이 많아 건강식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대부분 당 함량도 높다. 특히 공복에 과일만 먹거나 과일을 많이 섭취하면 혈당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 조 교수는 "과일은 식사 대신 먹는 음식이 아니라 식사 후 후식 개념으로 소량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운동 못 하는 장마철, 실내에서도 충분
비가 오면 운동을 쉬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는 운동을 며칠만 쉬어도 혈당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실내 걷기나 고정식 자전거, 계단 오르기, 맨몸 근력운동도 충분한 운동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운동 프로그램이나 홈트레이닝 콘텐츠도 다양해져 집에서도 쉽게 운동을 이어갈 수 있다. 운동은 강도보다 꾸준함이 중요하다. 하루 30분 정도 걷거나 근력운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혈당 조절과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된다.
장마철 당뇨병 환자가 가장 주의해야 할 합병증은 당뇨발이다. 혈당이 오랫동안 높게 유지되면 발의 신경이 손상돼 통증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게 된다. 여기에 혈액순환까지 나빠지면 상처는 쉽게 낫지 않는다. 결국 궤양으로 진행되고 심하면 괴저가 발생해 발 절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당뇨병 환자의 하지 절단 상당수는 작은 상처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름철에는 샌들이나 슬리퍼를 많이 신는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에게는 이러한 습관이 위험할 수 있다. 맨발은 작은 돌멩이나 유리조각, 뜨거운 바닥 등에 쉽게 다칠 수 있다. 발 감각이 둔해진 환자는 상처가 생겨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의들은 "당뇨병 환자에게 발은 얼굴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매일 저녁 발을 씻고 완전히 말린 뒤 발바닥과 발가락 사이까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거울을 이용하거나 가족의 도움을 받아 발바닥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
발 색깔이 붉게 변하거나 검게 변하는 경우, 물집이나 궤양이 생긴 경우에는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티눈이나 굳은살도 스스로 제거하지 말고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것이 안전하다.
또 장마철에는 단순한 피로라고 생각했던 증상이 응급상황일 수도 있다. 극심한 갈증과 잦은 소변, 심한 피로감, 구토, 의식 저하가 나타난다면 고혈당 응급질환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발에 작은 상처가 생겼는데도 붓거나 진물이 나고 열감이 있다면 감염이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당뇨병은 특별한 치료보다 꾸준한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 충분한 수분 섭취, 혈당 측정, 발 관리가 기본이다.
조 교수는 "장마철에는 혈당 관리뿐 아니라 발 관리에도 평소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생활습관만 잘 유지해도 대부분의 합병증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강중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