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광장] 직장인 떠난 마음 붙잡는 '진동서사'
회사 헌신·열정 강조하는 시대 지나
복지와 제도만을 논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위기상황 어떻게 극복하고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는지
오르막과 내리막의 진동스토리를
직원들과 함께해 조직몰입 높여야
최근 조용한 퇴사가 만연하고 있다. 직장을 실제로 그만두지는 않지만, 받는 급여와 정해진 근무 시간만큼만 최소한으로 일하는 업무태도를 가진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회사에 뼈를 묻겠다는 열정이나 승진에 대한 집착 대신 워라밸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직장에 몸은 남아 있으나 마음은 떠나버린 '심리적 퇴사', 직장에 대한 열정으로부터의 은퇴자들이다. 이에 기업도 대놓고 해고하진 않지만, 해당 직원에게 중요한 업무를 주지 않거나 연봉 인상이나 승진 대상에서 슬쩍 제외해 스스로 나가게 만드는 '조용한 해고'로 대응하기도 한다.
반대로 이렇게 느슨해지는 열정을 붙들어 맬 수 있는 해법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먼저 연봉을 높이면 이들의 의욕을 일정 기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높아진 임금은 단기적 효과는 있으나 그 금액에 금세 익숙해지고 더 높은 임금을 계속 갈망하게 된다. 다음으로 직장 분위기나 환경, 복지 등을 과감히 개혁하는 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익숙해지고 나면 당연한 조건처럼 느껴진다. 이보다 더 근원적인 변화가 있어야만 심리적 퇴사자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다. 조직이 설정한 목표와 가치에 대한 심리적 애착과 헌신적인 자세, 즉 조직몰입을 높이는 방법론을 고민할 때다.
조직몰입을 위해서는 구성원이 조직을 단순한 고용 관계를 뛰어넘는 의미 있는 공동체로 인식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에 심리학자인 에머리대학교 마셜 듀크 교수와 로빈 피버시 교수는 조직을 단단하게 묶어주고, 특히 위기상황에서 결속력을 가져오고 구성원의 회복탄력성을 높여주는 요인으로 '진동서사(Oscillating Narrative)' 개념을 제시했다. 조직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하나의 흐름으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서사적 경험을 구성원에게 제시하고, 특히 위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다시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는지와 같은 기업의 오르막과 내리막의 진동 스토리를 전달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조직의 역사를 단순히 연혁이나 성과 목록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문제의식, 갈등, 선택, 전환, 그리고 누적된 의미를 살아 있는 이야기로 조직 구성원에게 경험시키는 일이다. 물론 모든 조직에는 그 나름의 매뉴얼이 있지만, 사람을 실제로 움직이는 것은 매뉴얼 밖의 이야기다. 위기를 어떻게 넘겼는지, 선배가 어떤 시행착오를 겪었는지, 조직이 무엇을 포기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서사는 구성원의 감정에 각인된다.
반대로 영웅 서사를 과도하게 강조한다거나 작았던 조직이 이렇게나 크게 성장했다는 것만 강조하는 상승형 서사는 압박감이나 소외감을 유발하게 된다. 서사의 효과는 한두 사람의 미화된 성공담을 반복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완성된 조직보다 성장하는 조직이 더 큰 공감을 얻는다. 실패와 갈등, 우회와 수정의 과정이 포함된 진동서사가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창업자가 가졌던 문제의식, 조직이 겪은 위기와 극복 과정, 고객과의 상호작용에서 얻은 교훈, 그리고 현재의 전략이 어떤 역사적 맥락에서 형성되었는지를 함께 제시하면 구성원은 자신의 역할을 보다 넓은 서사 속에서 이해하게 된다.
실제로 조직의 이야기를 개인의 업무 경험과 연결하는 작업은 몰입을 촉진하는 중요한 심리적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구성원은 조직이 완벽하기 때문에 몰입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면서도 의미 있는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느낄 때 더 깊이 연결된다. 조직이 구성원에게 단순히 일을 시키는 곳이 아니라 나의 노력과 기여가 조직의 서사 속에서 의미를 갖는 공간으로 느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진동형 서사를 효과적으로 작성하고 기록하여 나가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위기상황이 닥쳤을 때, 또는 구성원 개인이 문제를 자각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회사에 대한 헌신과 열정을 말로만 강조하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조직몰입을 높이고자 한다면 복지와 제도만 논할 것이 아니라 조직이 어떤 이야기로 기억되고, 어떤 이야기로 살아있는지를 질문해야 한다. 조직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나의 의미 있는 장면 안에서 인식하게 되고 과거의 역사, 그리고 현재의 자신, 미래의 조직과 연결하게 된 구성원은 저절로 몰입하는 법을 익히게 될 것이다. 지우고 싶은 과거의 흑역사를 숨기는 대신 이 실패를 통한 교훈과 극복하게 된 계기와 방법론을 알려줄 때 구성원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이야기에 공감한 구성원은 떠나지 않는 법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