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폭염은 6월부터, 열대야는 9월까지…더 길어진 여름

이보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기상청 '폭염·열대야 발생 특성 변화 발표
최근 10년 폭염일수 18.3일로 과거보다 2.2배
열대야일수는 12.2일로 3배 늘어
강릉 열대야 발생 기간은 약 40일 확대

[파이낸셜뉴스]

기상청 제공
기상청 제공

한여름의 시작이 빨라지고 끝은 늦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7월부터 폭염이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6월이면 전국 곳곳에서 낮 최고기온이 33도를 넘는다. 폭염이 끝나는 시점도 늦어졌다. 열대야 역시 일찍 시작해 남해안과 제주에서는 9월까지 이어지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기상청은 1973년부터 2025년까지 53년간의 관측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10년 동안 폭염과 열대야가 발생한 날이 크게 늘었을 뿐 아니라 발생 시기도 앞뒤로 길어졌다고 24일 밝혔다.

■연평균 폭염일수 18.3일
먼저 폭염일수부터 크게 늘었다. 최근 10년인 2016~2025년의 연평균 폭염일수는 18.3일이었다. 과거 10년인 1973~1982년의 8.3일보다 10일 늘어 약 2.2배가 됐다.

열대야 증가 폭은 더 컸다. 최근 10년의 연평균 열대야일수는 12.2일로, 과거 10년의 4.1일보다 약 3배 많았다. 장기적으로 보면 폭염일수는 10년마다 1.8일, 열대야일수는 1.6일씩 늘어나는 추세다.

폭염과 열대야의 시작 시점도 빨라졌다. 최근 10년 폭염 시작일은 과거보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10~30일 앞당겨졌다. 과거에는 강릉과 일부 경상 지역을 제외하면 대체로 7월에 첫 폭염이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동쪽 지역에서 6월 상·중순부터 폭염이 시작된다. 이후 6월 하순이면 해안을 제외한 서쪽 지역 대부분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서울과 이천, 춘천, 청주 등 중부 내륙과 광주·구미·의성·울진에서는 폭염 시작일이 거의 한 달 빨라졌다. 대구와 합천, 밀양, 영덕, 포항 등도 과거 6월 중·하순에서 최근에는 6월 상순으로 열흘 이상 앞당겨졌다.

시작이 빨라진 반면 끝나는 시점은 늦어졌다. 과거에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8월 중순쯤 폭염이 끝났지만, 최근에는 8월 중·하순까지 이어졌다. 종료일이 약 열흘 늦어진 것이다.

여수와 남해, 통영, 거제, 부산처럼 과거에는 폭염이 자주 나타나지 않았던 지역에서도 최근에는 폭염이 발생하는 해가 많아졌다.

■열대야 시작 5~15일 빨라져
열대야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열대야는 오후 6시 1분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날을 말한다.

최근 10년 열대야 시작일은 대부분 지역에서 과거보다 5~15일 빨라졌다. 과거에는 주로 7월 중·하순에 시작됐지만, 최근에는 7월 상·중순부터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졌다.

반대로 끝나는 시점은 10~20일 늦어졌다. 과거에는 8월 중 열대야가 끝나는 지역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8월 중순부터 9월 상순까지 이어지는 곳이 늘었다.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 지역은 강릉이다. 강릉의 평균 열대야 시작일은 과거 7월 17일에서 최근 6월 21일로 26일 빨라졌다. 종료일은 8월 12일에서 8월 28일로 16일 늦어졌다. 첫 열대야와 마지막 열대야 사이 기간이 약 40일 길어진 셈이다.

올해도 강릉에서는 지난 5월 30일 전국에서 가장 먼저 열대야가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강릉에서 6월 18일 첫 열대야가 관측됐고, 서귀포에서는 10월 13일까지 열대야가 이어졌다.

최근에는 열대야가 기록적으로 많이 발생한 해도 잇따랐다. 열대야일수가 가장 많았던 해는 2024년이었다. 전국 평균 열대야일수는 24.5일로, 종전 최다였던 1994년의 16.8일보다 약 1.5배 많았다.

폭염일수도 2024년 30.1일, 2025년 29.7일을 기록해 각각 역대 2위와 3위에 올랐다. 가장 폭염이 많았던 해는 2018년으로 31.0일이었다.

■북태평양고기압 이른 확장 영향
기상청은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 기온 상승과 북태평양고기압의 이른 확장을 꼽았다.

최근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6월부터 우리나라 쪽으로 일찍 확장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고온다습한 공기가 들어온 상태에서 강한 햇볕까지 더해지면서 낮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으로 오르는 시점도 빨라졌다는 설명이다.

늦여름 열대야에는 바다 수온 상승도 영향을 준다. 주변 바다가 따뜻하면 해안으로 들어오는 공기도 따뜻하고 습해진다. 이 때문에 해가 진 뒤에도 기온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는다.

특히 남해안과 제주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을 늦게까지 받는 데다 주변 해수면 온도도 높아, 폭염이 끝난 뒤에도 9월 상순까지 열대야가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지난 53년간 우리나라 여름철 평균기온은 10년마다 0.28도씩 상승했다. 2025년 여름철 평균기온은 25.7도로 역대 가장 높았다. 2024년의 25.6도를 1년 만에 다시 넘어선 것이다.

문제는 더위가 일찍 시작해 늦게 끝날수록 사람의 몸이 고온에 노출되는 기간도 길어진다는 점이다. 낮 동안 쌓인 열이 밤에도 식지 않으면 어린이와 노인, 야외 노동자 등은 온열질환 위험에 더 오래 노출될 수 있다. 가정과 사업장의 냉방 수요가 늘면서 전력 사용량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기상청은 폭염이 6월부터 시작될 수 있는 만큼 대응 시점도 앞당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마철에도 비가 잠시 그친 지역에서는 기온과 습도가 빠르게 오르며 폭염이 나타날 수 있다.

기상청은 기존보다 위험도가 높은 폭염 상황을 알리는 ‘폭염중대경보’를 신설하고, 밤사이 더위에 대비하도록 ‘열대야주의보’를 도입하는 등 방재기상 서비스를 강화할 계획이다.

[email protected]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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