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울산 옥동 외국인 강사 부당해고 규탄 집회.. 주변 학원가로 갈등 확산

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집회 현장 인근 학원가 피로감 호소
업무 피해 호소하며 집회 사진 찍다가 실랑이 끝에 휴대폰 내던져
노조, 공문 보내 특수폭행죄로 고소 예고
고소 보류 조건에는 어학원 규탄과 사과문 낭독 요구
낭독 거부한 입시컨설팅센터장 "협박처럼 느껴져"
노조 "경찰에 신고된 합법 집회.. 주 1회 50분 안팎, 소음 기준 준수"
"노조에만 따질게 아니라 집회 원인 제공한 어학원에도 따져야"

울산의 대치동으로 불리는 울산 남구 옥동의 학원가 모습. 사진=최수상 기자
울산의 대치동으로 불리는 울산 남구 옥동의 학원가 모습. 사진=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울산의 대치동이라고 불리는 울산 옥동 학원가가 요즘 시끌시끌합니다. 여름방학 특수를 기대해야 하는 데 지난해부터 시작된 모 어학원 외국인 강사 부당 해고 논란의 여파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부당 해고를 주장하는 외국인 어학강사 노조와 노조의 집회로 인해 업무 피해를 보고 있다는 한 입시컨설팅센터 간의 갈등이 불거졌습니다. 어떻게 보면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이들끼리 다투는 모양새인데, 원만한 해결이 필요해 보입니다.

■ 외국인 강사 부당 해고 논란 지속.. 매주 노조 집회

울산 남구 옥동의 한 입시컨설팅 센터장 A씨는 자신의 사무실 앞에서 열리고 있는 모 어학원 외국인 강사 부당 해고 규탄 집회로 인해 몇 달째 센터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최근 이를 항의하다가 집회를 주최한 전국민주일반노조(이하 노조)로부터 특수폭행 혐의로 고소당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이번 사건은 지난 6월 울산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가 어학원 측의 손을 들어 준 '울산 옥동 워릭프랭클린·덕스어학원 이주노동자 영어강사 부당 해고 심판'과 관련이 있습니다. 노조는 당시 이들 어학원들의 손을 들어 준 지노위의 결정을 수용할 수 없다며 현재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을 신청한 상태입니다. 또 해당 어학원 앞에서 매주 1회 부당 해고 규탄 집회를 열고 있습니다.

그런데 노조의 규탄 대상인 해당 어학원이 울산 남구 옥동의 한가운데에 있다 보니 인접한 주변 학원들에게도 직간접적으로 집회의 영향이 미치고 있습니다. 집회를 열고 있는 노조와 입시컨설팅센터 간의 이번 마찰이 대표적입니다. 학원계에서는 갈등의 영역이 주변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덕스 어학원 건물 옆에서 입시컨설팅센터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 23일 사무실 건물 앞 인도에서 집회가 열리자 현장을 찾아가 휴대전화로 집회 참가자들을 촬영했습니다. 이에 집회 참가자들이 사진을 찍지 말라며 항의하자 A씨는 계속되는 집회로 인해 업무 피해를 입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A씨는 화가 나 휴대전화를 바닥으로 던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노조는 다음날 A씨에게 공문을 보내 어제의 행위가 조합원을 상대로 한 특수폭행죄라며 경찰에 고소하겠다고 밝히고, 아울러 원만한 해결을 위해 두 가지 조건을 요구했습니다.

■ 노조 "사과문 낭독 없인 고소"…센터장 "시위 언제까지"

첫번째 조건은 이번 집회가 외국인 강사 부당 해고와 임금체불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집회의 원인을 제공한 해당 어학원에 공문을 통해 공식 항의하고 이를 증명해 달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A씨의 사과를 단순히 말이 아닌 서면으로 작성해 이메일로 보내주고, 다음 집회 현장에서 사과문을 직접 낭독해 달라는 겁니다.

이에 A씨는 노조 관계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먼저 사과를 했습니다. 그리고 해당 어학원 원장에게 사태 해결을 요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집회 현장을 찾아가 노조원들에게 직접 사과를 하겠으나, 낭독은 좀 어렵다며 양해를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노조는 사과문 낭독과 어학원에게 보낸 항의 공문이 없으면 고소를 진행하겠다고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A씨는 이 같은 노조의 답변이 협박으로 느껴진다며 그동안의 피해를 토로했습니다.

그는 지노위 심판이 내려지기 전부터 시작된 집회로 인해 5월에도 상담 의뢰 학생이 나갔고, 방학을 맞아 서머스쿨 특수성이 있는 이달 첫 주부터 학생과 학부모들의 항의로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불미스러운 문제(고소)야 제가 당당히 응하면 되는데, 도대체 이 방해되는 시위 행위를 언제까지 지켜봐야만 하는 걸까요?"라고 말했습니다.

아래는 A씨가 노조에 먼저 보낸 사과 메시지 원문입니다.

입시컨설팅센터장 A씨가 노조에 보냈다는 메시지 원문.
입시컨설팅센터장 A씨가 노조에 보냈다는 메시지 원문.

■ 노조 "정당한 집회"… 근본 원인은 부당 해고

노조의 입장에는 아직까지 큰 변화가 없지만 A씨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집회를 진행 해온 배성민 전국민주일반노조 위원장은 두 가지 사과의 조건에 대해 입장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문제의 어학원들이 외국인 강사들에게 저지른 부당 해고와 임금체불이 이번 규탄 집회가 열리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집회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면 해당 어학원을 향해서도 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A씨의 항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또 집회는 정당하고 합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배 위원장은 "집회는 경찰에 신고가 되어 있으며, 매주 1회 수요일 오전에만 40~50분가량만 열리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관할 경찰이 현장에서 소음측정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소음 기준을 넘을 경우가 즉시 소리를 낮추는 등 소음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같은 양측의 갈등을 지켜보는 주변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입니다. 인근의 한 입시학원 원장은 "A씨가 다음 집회 현장에서 노조원들에게 직접 사과하겠다고 입장을 전했지만 노조가 굳이 사과문을 낭독하라는 것은 상대에게 모멸감을 주려는 의도로 비칠 수 있다"라며 양측이 오해 없이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피해자들끼리 싸우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6월 산대공원 앞에서 부당 해고 규탄 집회를 열고 있는 원어민 강사들. 연합뉴스
지난 6월 산대공원 앞에서 부당 해고 규탄 집회를 열고 있는 원어민 강사들. 연합뉴스

한편, 이번 집회의 배경이 되고 있는 사건은 정확히 말하면 지난 3월 전국민주일반노조 부산본부 외국어교육지회(노조)가 옥동 어학원 2곳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 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입니다.

당시 전국민주일반노조 외국어교육지회는 단체교섭에 참여한 노조 조합원 외국인 강사 4명에게 해당 어학원이 계약만료를 통보한 것은 노조 활동을 이유로 한 명백한 부당 해고라고 주장하며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 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노동청에 임금체불 진정서를 접수했습니다.

노조는 "지난해 울산 소재 어학원 2곳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영어강사들이 노조에 가입했고, 두 어학원의 대표가 동일해 동시에 단체교섭을 진행해 왔으나 사용자가 교섭 도중 특별한 사유 없이 계약 만료를 핑계로 조합원들을 해고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지노위는 지난 6월 10일 학원 측의 계약 종료 및 갱신 거절이 부당 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을 내렸습니다. 노조의 구제신청을 기각한 것입니다. 이에 불복한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의를 신청한 상태입니다. 노조는 앞서 지노위 심문에서 노조 활동 탄압 정황이 담긴 녹취와 부당 해고 근거를 제출하고 충분히 설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번 중앙노동위원회의에 다시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이 사건은 원어민 강사 등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계약 구조와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보장 범위를 둘러싼 향후 유사 분쟁의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계속해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email protected]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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