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으로 채소 사고 밥상 차렸다"…1인 가구 절약 비법 체험기 [혼자인家]
'1000원 채소' 찾는 1인 가구…집밥족도 늘었다
대용량 상품 공동 구매 후 나눠갖는 '소분 모임'도 인기
전문가 "소포장 소비, 일시적 현상 아닌 구조적 변화"
[파이낸셜뉴스] 퇴근 후 저녁 메뉴는 카레로 정했다. 서울시 중구에 거주하는 기자는 지난 20일 자연스럽게 배달앱을 켰다. 먹고 싶었던 '야채카레라이스'의 가격은 1만1000원. 하지만 최소주문 금액은 1만2000원이었다. 결국 가장 저렴한 메뉴인 감자고로케(3500원)를 추가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알뜰배달비 700원까지 더해 총 1만5200원을 결제했다. 딱 한 그릇만 먹고 싶었지만 최소주문 금액의 벽 앞에서 원치 않은 메뉴까지 함께 주문해야 했다.
저녁 약속이 없는 날이면 일주일에 적어도 두세 번은 배달앱을 이용한다. 메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한 끼에 1만5000~2만원은 기본이다. 물가가 오를수록 식비 부담도 커졌다.
식비를 줄이기 위해 직접 요리를 해보기로 했다. 집 앞 식자재 마트에서 카레 재료를 둘러봤다. 햇감자 1봉지(3개) 3000원, 흙당근 1봉지(4개) 3000원, 햇양파 1봉지(3개) 2500원, 새송이버섯 1팩(6개) 3000원. 총 1만1500원이 나왔다.
배달음식보다는 저렴했지만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혼자 살다 보니 남은 재료를 모두 소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냉장고 한쪽에서 시들어 결국 버리게 될 게 뻔하다.
친구와 식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요즘 '1000원 채소'가 인기라는 말을 전해 들었다. 1인 가구를 중심으로 필요한 만큼만 사는 '초소량 장보기'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카친놈'(카레에 미친놈) 같지만, 가격 비교를 위해 마트에서 구매한 재료를 똑같이 1000원 채소 사이트에서 주문했다. 감자(2개) 1500원, 흙당근(2개) 1000원, 양파(2개) 1000원, 새송이버섯(100g) 1000원. 배송비 3000원을 포함해 총 8000원을 결제했다.
새벽배송으로 다음 날 문 앞에 도착한 재료는 포장 상태가 깔끔했고, 신선도도 만족스러웠다.
감자·당근·양파·새송이버섯을 각각 1개씩 사용해 카레를 만들었다. 다행히 기존에 사용했던 카레가루가 남아있어 장바구니 가격을 세이브할 수 있었다. (카레가루는 대기업 상품 기준 100g에 2000~3000원으로 구매할 수 있다.)
이렇게 만든 카레로 두 끼를 해결했다. 배달음식으로 같은 횟수를 해결했다면 3만~4만원이 들었을 비용이다. 결과적으로 2만2000~3만2000원, 최대 80% 가까운 식비를 절약한 셈이다.
음식물 쓰레기도 크게 줄었다. 한 번 요리하는 과정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는 약 119g에 불과했고, 남은 재료 역시 며칠 안에 모두 소비했다. '필요한 만큼만 사서 버리는 것을 줄인다'는 초소량 장보기의 장점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가격과 신선도, 편의성까지 종합한 만족도는 '별 다섯 개'였다.
실제 구매자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이용자들은 "여러 종류의 채소를 저렴하게 살 수 있어 좋다", "배송이 빠르고 채소도 신선해 자주 이용한다", "필요한 만큼만 주문할 수 있어 버리는 재료가 줄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고물가로 식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1000원 채소'는 저렴한 가격뿐 아니라 필요한 만큼만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1인 가구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대형마트의 대용량 상품을 공동 구매한 뒤 필요한 만큼 나눠 갖는 '소분 모임'도 인기다. 코스트코 등에서 판매하는 대용량 식재료와 생필품을 여러 명이 함께 구매해 비용과 물량 부담을 줄이는 방식이다. 실제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운영되는 소분 모임에는 회원 4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또 외식비 부담이 커지면서 집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집밥족'도 늘고 있다. 최근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서울 지역 냉면 1인분 평균 가격은 1만2615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3% 상승했다. 삼계탕 가격은 1만8154원으로 3.7% 올랐다.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3800원으로 4.9%, 짜장면은 7731원으로 3.1% 각각 상승했다. 대표적인 외식 메뉴 가격이 일제히 오르면서 가계의 식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파이낸셜뉴스와의 통화에서 "채소는 오래 보관하기 어려운 품목인 만큼 대용량보다 1인분 단위의 소포장 상품이 소비자들에게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되고 있다"며 "온라인 장보기에서도 이러한 소용량 상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현상이 단순히 고물가에 따른 일시적인 소비 트렌드에 그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교수는 "1인 가구 비중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만큼 소포장·소용량 상품 수요도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채소뿐 아니라 생활용품에서도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려는 소비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스트코나 대형마트에서 대용량 상품을 함께 구매한 뒤 나눠 갖는 '소분 모임'이 활발해지는 것도 같은 흐름"이라며 "소비자들이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고 소비하려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외식 물가 상승 역시 소비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외식은 여전히 가장 비용 부담이 큰 식사 방식"이라며 "고물가가 이어지고 소득은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외식 대신 직접 식재료를 구입해 요리하거나 밀키트를 활용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집밥 수요와 소포장 식재료 시장은 함께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mail protected] 안가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