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의 Aging in Place] 고령자가 처음 사용하는 복지용구의 위험성
[파이낸셜뉴스] 침대에서 떨어지거나 욕실에서 미끄러진 부모님을 위해 안전용품을 구매해본 적이 있는가. 검색 엔진에 입력할 키워드부터 마땅치 않다. 가격비교 사이트엔 안전 손잡이만 수만 개가 나열된다. 4점대 후반 평점에 수백 개 리뷰가 예사다. 대체로 영세해 보여서 어느 회사가, 어떤 제품이 믿을 만한지 도무지 모르겠다. 부모님께 맞을지, 부모님댁에 어울릴지 확신이 안 든다. 엉겁결에 클릭한 복지용구가 안전이 아닌 위험의 시작일 수 있다.
안전 손잡이부터 살펴보자. 포털 상단에 자주 등장하는 공기 흡착식 안전바는 욕실 벽에 타공없이 간편하게 부착한다는 이유로 쉽게 끌린다. 그러나, 매우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타일 표면의 불균질한 마감, 미세한 균열, 물때나 곰팡이 등으로 인해 밀착이 쉽지 않다. 고령자가 체중을 싣는 순간 안전바가 갑자기 벽에서 떨어져 큰 낙상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나사못으로 고정하는 공사형 안전 손잡이도 벽체가 석고보드나 얇은 합판이면 역시 하중을 버티기 어렵다.
지팡이는 바닥의 고무가 닳아서 금속이 드러난 경우, 젖은 대리석이나 타일 바닥에서 미끄러지기도 한다. 약한 다리와 같은 쪽 손에 지팡이를 쥐면, 체중 분산이 안되서 손목이나 어깨가 아프다. 그립 모양과 크기도 제각각이다. 무릎 슬개골 골절 이후 재활 중이신 어머님 한 분은 키가 작고 손도 작았는데, 셋째 딸이 사준 지팡이의 그립이 굵어서 제대로 움켜쥐지 못하셨다. 4발 지팡이는 안전성이 뛰어난 반면, 무겁고 계단에서 자칫 걸리기도 한다. 접이식은 휴대성이 좋지만, 펼쳐서 제대로 고정하지 않으면 걷다가 접힐 수도 있다.
시니어타운의 식당 입구는 백화점의 발렛 주차장 같다. 아래 사진처럼 각양각색의 국산과 외제 보행 보조기가 디자인을 뽐내며 줄지어 서있다. 바퀴가 없거나 작은 바퀴가 앞쪽만 있어서 안정성이 뛰어난 워커(walker)는 주로 실내용이다. 반면, 롤레이터(rollator)는 3~4개의 큰 바퀴와 의자도 있어서 이동성이 좋다. 그런데, 몸에서 너무 멀리 두고 밀면, 무게 중심이 앞으로 무너지며 안면을 다치기도 한다. 브레이크를 안 잠근 채 앉거나 일어서면, 기구가 뒤로 밀리면서 엉덩방아를 찧어 고관절 골절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미끄럼을 방지하려고 욕실 바닥에 실리콘 재질의 격자형 매트를 깔기도 한다. 그런데, 처음 설치시 재단을 잘못해서 벽이나 좌변기와의 이격이 크면, 바닥에 새로운 단차를 발생시키거나 매트 전체가 쓱 밀리기도 한다. 수십년간 집을 깔끔하게 청소해온 동네 어르신은 매트에 엉킨 머리카락과 물때를 수시로 제거하느라 힘겨워하셨다. 세척하고 한편에 세워 말리는데, 그때마다 어쩔 수 없이 욕실의 미끄러운 맨 바닥을 밟는 모습이 불안해 보였다.
2023년 존스 홉킨스 대학이 고령자 보행 보조기 안전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공개했다. 아마존에 올라온 사용 후기 48,886개를 분석한 건데, 소비자는 자신들의 부상을 '사용자의 오용'이 아닌 제품 탓으로 돌리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는, 실제로 기구 설계나 제조 단계의 결함도 있지만, 사용자와 보호자에게 제대로 된 사용법 교육과 안전 점검이 매우 필요함을 강조했다. 제품은 시작일 뿐, 라스트 마일의 세심한 서비스까지 밀결합되어야 비로소 사람중심 솔루션인 것이다.
그럼, 침실과 욕실의 안전 손잡이는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안전바는 침대 프레임이나 욕실 콘크리트 벽에 견고하게 부착해야 한다. 체중을 싣는데 안전바가 흔들리면 재고정해야 한다. 상하좌우 설치 위치는 부모님의 신체 사이즈, 노년기 질환, 오랜 행동 습관과 동선을 고려해 잡는다. 허리 디스크, 오른쪽 어깨 회전근개 파열처럼 건강에 변화가 생기면 위치도 변해야 한다. 손잡이 모양은 샤워부스를 드나들 때, 욕조나 좌변기에서 앉았다 일어설 때, 침대에서 눕고 일어날 때 I자, L자, U자형 모델을 각각 다르게 선택해야 한다.
지팡이는 약한 다리의 반대쪽 손으로 쥐어야 체중이 분산된다. 계단을 오를 때는 튼튼한 다리부터, 내려갈 때는 약한 다리부터 내딛는 게 정석이다. 팔꿈치 각도는 15~30도 내외까지 다양하다. 바닥의 고무 팁은 자동차 타이어처럼 마모 상태를 확인해 교체해야 한다. 지팡이 길이 조절은 딸깍 고정 소리가 들릴 때까지 해야 한다.
보행 보조기는 보행 능력에 따라 워커나 롤레이터를 고른다. 밖에 밀고 나가서 뿌듯할 법한 디자인은 어르신의 선택에 한몫 한다. 악력이 약해진 부모님이 브레이크를 잘 잡는지 확인해야 한다. 문턱을 넘고 좌우로 회전하며 내리막 감속이 익숙해질 때까지 챙기고 살펴야 한다. 젊은 시절 운전면허 시험의 도로 주행 실습과 다를 바 없다.
이제 명절이나 어버이날에 부모님 댁을 방문하면 용돈에 더해 복지용구도 챙겨보면 어떨까. 하나, '부모님께 맞는' 복지용구를 찾아드리자. "나는 아직…" 이라는 부모님과의 대화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 고령자, 주거환경, 복지용구 3박자를 아우르는 전문가의 조언이 절실한 단계다. 둘, 부모님도 나도 '올바른 사용법'을 숙지하자. 부모님의 오늘이자 나의 내일을 위한 공부가 필요한 단계다. 셋, 부모님 댁 '안전 점검'을 실시하자. 핸드폰에 체크리스트를 메모해둔 자녀의 정성이 더해질 단계다.
지난 두번째 칼럼에서 안전(Safely)과 자립(Independently)이 에이징 인 플레이스의 기본이자 시작임을 말한 적이 있다. 올바른 복지용구의 선택과 사용으로, 살던 집과 익숙한 동네에서 노후를 보내는 부모님의 안전과 자립을 더욱 든든히 지지해드리자.
김종훈 쉘위파트너스㈜ 대표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