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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도 미안했다"..암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삼킨 말들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방사선치료 '보이지 않는 부담' 드러나
정보 부족·짧은 진료시간, 궁금증 해소 난망
환자들 장거리 통원·심리적 고립까지 겹쳐

삼성서울병원 제공
삼성서울병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암 환자들이 방사선치료 과정에서 의료진과의 소통 부족, 긴 대기시간, 치료 과정에 대한 두려움, 장거리 통원 부담 등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기술의 발전뿐 아니라 환자의 불안과 생활 여건까지 고려한 '환자 중심 치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박희철·이태훈 교수와 암환자삶의질연구소 윤정희 교수 연구팀은 방사선치료를 받은 암 환자들의 치료 경험을 심층 분석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유럽종양간호학회지(European Journal of Oncology Nursing) 최근호에 발표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팀은 2024년 3월부터 2025년 3월까지 방사선치료를 앞두고 있거나 치료 중, 또는 치료를 마친 환자 24명을 대상으로 30~50분간 심층 면담을 진행했다. 대상자는 두경부암 환자 9명, 간암 환자 8명, 폐암 환자 7명으로 치료 전후 경험과 어려움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연구 결과 환자들이 가장 크게 호소한 문제는 정보 부족과 의료진과의 소통 한계였다.

한 70대 두경부암 환자는 "교수님을 만나려면 최소 2~3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환자가 워낙 많아 질문 자체를 하기 어렵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환자들은 긴 대기시간에 비해 실제 진료시간은 짧아 치료 과정이나 부작용에 대한 궁금증을 충분히 해소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의학 용어가 어려워 의료진의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녀 등 보호자에게 의존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방사선치료 과정에서 경험하는 심리적 부담도 적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치료를 위해 얼굴에 밀착하는 방사선치료용 고정 마스크는 일부 환자에게 강한 공포심을 유발했다. 50대 두경부암 환자는 "마스크를 만드는 순간 갑자기 폐쇄공포가 밀려왔다"며 "평소 좁은 공간에는 익숙했지만 그때만큼은 견디기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치료실 밖에서 이어지는 생활상의 어려움도 환자들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혔다.

방사선치료는 수주 동안 병원을 반복 방문해야 하는 특성상 장거리 통원 환자의 시간적·경제적 부담이 크고, 혼자 생활하는 환자는 치료 과정에서 정서적 지지와 돌봄을 충분히 받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40대 두경부암 환자는 "지금은 혼자 버틸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감당하지 못할까 걱정된다"며 "부모님은 지방에 계시고 연세도 많아 도움을 요청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문제들이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며 환자의 부담을 더욱 키운다고 분석했다.

치료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하면 불안이 커지고, 여기에 치료 부작용과 반복적인 병원 방문 부담까지 더해져 일상생활과 치료 순응도, 회복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치료 단계별로 환자가 이해하기 쉬운 설명과 교육을 제공하고, 부작용과 심리 상태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독거 환자나 장거리 통원 환자처럼 생활 여건이 취약한 환자에게는 맞춤형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희철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방사선치료 기술이 정밀하게 발전할수록 환자가 치료를 충분히 이해하고 준비하며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며 "환자의 질문과 불안을 놓치지 않고 치료 단계별 설명과 정서적 지원까지 아우르는 암 치료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지원하는 '암생존자 헬스케어 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mail protected]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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