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결혼하고 한 번도 싸운 적 없는데"...경산 아파트 방화로 아내 잃은 남편 오열

안가을 기자
파이낸셜뉴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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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결혼하고 한 번도 부부싸움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산의 한 아파트 입주민 류모(71)씨는 지난 23일 오전 8시 29분 관리사무소에 불을 질러 1명을 숨지게 하고, 자신을 포함한 7명을 다치게 한 혐의(현주건조물방화치사상)로 입건됐다.

대학생 외동딸을 둔 엄마이자 이웃들이 좋아했던 50대 입주민 A 씨는 갑작스러운 방화 피해로 가족의 곁을 떠났다. 남편 B 씨는 "눈가에 맺힌 눈물도 닦아주지 못했다"며 오열했다.

A 씨는 사건이 발생한 지난 23일 오전 8시쯤 집을 나서 아파트 관리사무소로 향했다. 쓰레기를 버리고 관리사무소에 들렀다가 돌아온 B 씨로부터 "CCTV 연결 코드(잭)가 훼손돼서 관리사무소에서 경찰에 신고하느니 마느니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였다.

A 씨도 전날 저녁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 뒤 아파트를 비추는 CCTV 모니터 화면 가운데 1곳(관리사무소 내부)을 제외하고 모두 꺼진 것을 보고 이상하게 여기던 참이었다. 그렇게 집을 나선 그는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

당시 전신 화상을 입은 A 씨는 서울 소재 화상 치료 전문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하루 만에 숨지고 말았다.

남편 B 씨는 연합뉴스에 "숨을 멎은 아내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었는데 차마 그걸 닦아주지 못했다"며 "그게 아내의 마지막 모습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병원에서 이미 상태가 많이 안 좋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 기다려보자고 했었다"며 말을 잇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전신 화상을 입은 아내가 "살려달라"고 외친 절규를 잊지 못했다.

B 씨는 "아침 식사를 같이하려고 했는데 관리사무소에 간 아내가 30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며 "내가 가봐야겠다 싶어서 관리사무소 2∼3m 앞에까지 갔을 때 '펑'하는 큰 소리랑 화염이 치솟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제일 먼저 남자(방화 피의자)가 건물 밖으로 튀어나왔고 화장실에서 몇 명은 몸에 붙은 불을 끄고 있었다"며 "우리 아내는 불구덩이 속에서 누운 채로 살려달라 해 밖으로 끄집어냈는데 못 살렸다"고 토로했다.

가족과 이웃들이 기억한 A씨는 평소 활발하고 사람 사귀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아파트에 이사 오고 6년여 만에 이웃들이 모두 좋아하는 "○○ 언니", "○○ 동생"으로 불렸다.

B 씨는 "이 아파트로 이사 오고 6∼7년밖에 안 됐다"며 "아내가 참 활발하고 명랑하고, 구김 없이 남들과 사귀는 걸 좋아해서 동네 사람들이 다 좋아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 생활 내내 나하고도 부부싸움 한 적이 없다. 내 말이라면 죽는시늉까지 할 정도로 사이가 좋았다"며 "그날 살려달라고 하고 물을 뿌려주니 귀에는 물이 안 들어가게 해달라고 이야기한 게 아내와 마지막 대화였다"고 털어놨다.

경찰은 이번 방화 사건 피의자로 입주민 류씨를 입건한 상태다. 류씨는 수년 전부터 아파트 관리비 집행 등을 놓고 입주자대표회의 측과 갈등을 빚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류씨의 치료 경과를 지켜본 뒤 체포영장을 집행해 범행 동기와 사건 경위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경북 경산 아파트 관리사무소 내부가 폭발과 화재로 검게 그을려 있다. /사진=뉴스1
경북 경산 아파트 관리사무소 내부가 폭발과 화재로 검게 그을려 있다. /사진=뉴스1

[email protected] 안가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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