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 메가 특구 성공하려면 근로시간 유연화부터

파이낸셜뉴스

기업·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필요
전략 산업 전반 적용도 검토해야

국가첨단전략기술 분야 기업의 메가 특구제도 활용 의향. 경총 제공.
국가첨단전략기술 분야 기업의 메가 특구제도 활용 의향. 경총 제공.

인공지능(AI), 반도체, 로봇,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기업들이 지역경제 성장과 국가 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메가 특구'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이들 기업은 메가 특구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규제특례로 '주52시간제 예외' 등 연구개발(R&D) 인력의 근로시간 유연화를 가장 많이 꼽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26일 전국 50인 이상 국가첨단전략기술 분야 기업 468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메가 특구 제도에 대한 기업 의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기업의 66.7%는 메가 특구를 활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기업의 과반은 가장 필요한 노동 규제특례로 '연구개발 인력 근로시간 유연화'를 꼽았다. 여기에는 주52시간제 적용 예외 등 일정 요건을 갖춘 전문직을 근로시간 규제에서 제외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면제) 도입, 탄력·선택근로제 기간 확대 등이 포함된다.

경영계는 2018년 주52시간제 시행 이후 줄곧 "글로벌 기업들은 24시간 연구실의 불을 밝히며 기술개발에 매달리는데 우리 기업만 획일적인 근로시간 규제에 묶여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고 호소해왔다. 연구개발은 집중력과 연속성이 생명인데 국내 기업만 손발이 묶인 채 뛰고 있다는 것이다. 2024년 당시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런 요구를 반영해 반도체 특별법에 'R&D 직무의 주52시간 적용 예외' 조항을 담으려 했다. 그러나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과 노동계의 반대로 무산됐다. 반도체 특별법은 올해 1월에야 국회를 통과했지만 관련 조항은 결국 빠졌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 들어 기류가 달라졌다. 정부는 최근 호남권 등 메가 특구에 한해 일부 전문인력을 주52시간 근로시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늦게나마 예외를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경영계의 요구처럼 기업과 국가 경쟁력, 나아가 생존전략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물론 일한 만큼 보상하는 성과급과 연속 휴식시간 보장 등 건강권 보호장치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정부는 일부 메가 특구에만 주52시간 적용 예외를 허용하는 데 그치지 말고 더 폭넓게 허용하는 방안도 고민해 보기 바란다. 특정 지역에만 예외를 인정하면 형평성 논란과 정치적 오해를 부를 수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해 반도체는 물론 미래 첨단 전략산업 전반으로 적용 여부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기업들이 요구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와 외국인 고용 규제 완화 등도 함께 살펴볼 만하다. 메가 특구가 새로운 성장거점이 되려면 노동·안전 등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를 산업 경쟁력 관점에서 과감히 손질해야 한다. 수도권보다 더 큰 경쟁력을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과감한 규제혁신과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 메가 특구가 이름뿐인 특례지구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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