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은행 첫 관문 '망분리' 풀렸지만… 정보활용 장벽 등 여전 [금융권 AX 대전환]
(3) 서비스 고도화 막는 규제들
일일이 '사전동의' 받아야 하는
개인신용정보 제도 개선 목소리
AI에이전트 활용범위 기준도 필요
금융권의 인공지능(AI) 서비스 고도화를 가로막아 온 망분리 규제가 13년 만에 해제 수순을 밟으며 'AI은행'으로 가는 제도적 문이 열렸다. 다만 망분리 규제를 시작으로 옵트인(사전동의) 중심의 개인신용정보 활용 제도를 손질하고, AI 에이전트의 금융업무 활용 범위도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보안·AI 역량을 갖춘 금융회사를 선별해 망분리 규제를 전면 해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망분리 규제는 금융회사의 내부 업무망과 외부 통신망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규제다. 지난 2013년 금융전산 보안 강화를 이유로 도입됐다. AI 시대를 맞은 현재 망분리 규제는 금융권의 AI전환(AX)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지적돼왔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6월부터 금융사의 보안 목적 AI 활용에 한해 망분리 규제 완화 조치에 나섰다. 고성능 AI로 인한 보안 위험에 대응할 수 있도록 망분리 규제를 일시적으로 풀어준 것이다. 총자산 10조원 이상, 상시종업원 수 1000명 이상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고, 보안관리 역량과 AI 활용 능력을 평가해 신한·하나·우리은행, 카카오뱅크 등 10개사를 우선 선정했다. 이들 금융사는 글로벌 인증을 받은 고성능 AI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도입해 보안 취약점 테스트를 진행한다.
업계에서는 망분리 규제 완화가 AI은행으로 가는 첫 걸음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가장 먼저 옵트인 방식의 개인신용정보 제도가 개선 과제로 꼽힌다. 현재 금융회사는 고객이 사전에 동의한 목적과 범위 안에서 개인신용정보를 수집·활용할 수 있다. 고객이 금융관리 서비스를 신청했더라도 새로운 서비스가 추가될 때마다 별도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AI가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금융정보를 지속적으로 연계·분석해야 하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정보 활용 범위가 제한돼 선제적인 서비스 제공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미국·일본 등 주요국처럼 개인신용정보 활용 방식을 사전동의 중심에서 옵트아웃(사후거부) 방식으로 일부 전환하거나 정보의 민감도와 활용 목적에 따라 동의 절차를 차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위원회도 개인신용정보 동의제도 개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도 정보 활용 규제 개선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부분적 개선에 그쳤다"며 "수많은 항목에 고객들이 하나하나 동의해야 하는 구조에서는 고객 참여와 데이터 확보에 한계가 있어 AI 기반 금융서비스가 활성화되기 어렵다"고 전했다.
AI 에이전트의 활용 범위에 대한 기준도 필요하다. AI 에이전트가 단순 상담과 상품 추천을 넘어 송금·결제와 금융상품 가입까지 고객을 대신할 수 있는 만큼 업무별 위험도에 따라 허용 범위와 사람의 개입 기준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
백연주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산업의 AI 에이전트 기술의 도입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현행 규제 환경에서는 AI가 결제와 거래를 직접 수행하기 어려워 당분간 자문과 상품 추천 중심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백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AI 에이전트형 결제 시스템을 시험하고, 점진적으로 적용 상품 범위를 확대하는 등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짚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결국 AI 서비스 고도화의 목적은 고객 편의성을 높이는데 있다"며 "AI가 고객 정보를 안전하게 활용하고 실제 금융업무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정보 활용과 보안에 대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이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