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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 좀 나오면 어때서"...女 육상 스타, 성적 대상화 막겠다는 규제에 반발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네덜란드 육상선수 리케 클라버 인스타그램.
네덜란드 육상선수 리케 클라버 인스타그램.

[파이낸셜뉴스] 여성 선수의 성적 대상화를 막기 위해 마련된 유럽의 새로운 방송 중계 지침을 두고 네덜란드의 대표 육상 스타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나친 규제가 오히려 여성의 신체를 금기시하는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27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매체 스포르트니우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네덜란드 육상 국가대표 리케 클라버(27)는 최근 열린 네덜란드 육상선수권대회를 마친 후 유럽방송연맹(EBU)과 유럽육상연맹이 도입한 '여성 선수 중계 가이드라인'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앞서 EBU와 유럽육상연맹은 여성 선수의 특정 신체 부위를 장시간 비추거나, 뒤쪽 및 아래쪽에서 촬영하는 저각도 구도, 경기 내용과 무관한 과도한 슬로모션 등을 자제하도록 권고하는 새 지침을 발표했다. 스포츠 본연의 경기력보다 신체적 요소가 강조되거나 온라인상에서 성적으로 소비되는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로, 오는 8월 10일 영국 버밍엄에서 개막하는 유럽육상선수권대회부터 본격 적용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클라버는 촬영 각도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규제 방식에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클라버는 "촬영 담당자와 기자들에게 기본적인 예의와 책임감이 요구되는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과도한 제약으로 인해 여성의 몸이 또다시 '금기시'되는 방향으로 흐르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경기의 자연스러운 장면까지 문제 삼는 시각을 지적했다. 클라버는 "출발 블록이나 계주 바통 전달 과정에서 엉덩이가 잡혔다는 이유로 논란이 되는 사례를 봤다"며 "바통이 엉덩이 높이에 위치해 있다면 그 장면이 화면에 담기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클라버 역시 경기와 관련 없이 의도적으로 노골적인 구도를 연출하는 몰상식한 촬영에는 단호한 선을 그었다. 출발 자세를 취한 선수의 다리 사이로 카메라를 밀어 넣는 행위 등을 언급한 그는 "촬영자의 상식과 절제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원치 않는 구도의 사진이 찍혔을 때 기자에게 직접 삭제를 요청했고 대부분 이에 응했다"며 현장 간의 존중과 소통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마지막으로 클라버는 "육상뿐만 아니라 삶의 전반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가 기본이 되어야 하며, 여성과 여성의 신체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한편, 클라버는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세계 정상급 단거리 스프린터다. 2024 파리 올림픽 혼성 4×400m 계주 금메달과 여자 4×400m 계주 은메달을 획득했으며, 최근 네덜란드선수권대회 여자 200m에서도 우승을 차지하는 등 뛰어난 실력과 대중적인 인기를 동시에 누리고 있다.

[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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