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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텍사스 데이터센터 임대 계약…'순환 금융' 우려 고조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엔비디아가 미국 텍사스주의 대형 데이터센터를 통째로 임대해 이를 네오클라우드 업체들에 재임대할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 8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버논의 데이터센터 공사 현장. AFP 연합
엔비디아가 미국 텍사스주의 대형 데이터센터를 통째로 임대해 이를 네오클라우드 업체들에 재임대할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 8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버논의 데이터센터 공사 현장. AFP 연합

엔비디아가 미국 텍사스주의 대형 데이터센터를 통째로 빌려, 이를 다시 코어위브 같은 이른바 '네오클라우드' 업체들에 재임대하려 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소식통 5명을 인용해 엔비디아가 텍사스주에 건설되고 있는 1기가와트(GW) 용량의 데이터센터를 통째로 임대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장기 임대로 30년 동안 빌리면 최대 500억달러(약 72조7000억원)가 드는 계약이다.

AI 대장주 엔비디아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스스로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전력·부지 확보

FT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는 업체는 암호화폐 채굴과 데이터센터를 임대하는 '헛(Hut)8'이다.

헛8은 이미 전력과 부지를 확보한 상태로 엔비디아 GPU(그래픽처리장치) 수십만개를 구매해 데이터센터를 짓게 된다.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과 부지가 공급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엔비디아는 자사 고객들을 위한 금융 지원에 나선 셈이 됐다.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회사의 자금력을 빠르게 성장하는 AI 연산능력 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입해 선두 자리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이번 텍사스 데이터센터 임대 계약은 엔비디아가 전력, 부지 확보 경쟁에서도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상징으로 해석된다.

최대 500억달러

헛8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텍사스 데이터센터를 우선 15년 동안 임대하게 된다. 임대료는 196억달러에 이른다.

계약을 갱신할 수 있는 권리도 갖고 있다. 이 권리를 실행하면 30년을 쓸 수 있다. 30년 간 총 임대료는 500억달러에 이른다.

엔비디아가 임대를 약속하면서 헛8은 데이터센터 부지 건설비를 싸게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공사 1단계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해 6.129% 이자율로 채권을 발행해 약 43억달러를 확보했다.

엔비디아의 임대 계약 덕분에 이 채권은 무디스로부터 투자 등급을 받았고, 금리는 엔비디아의 30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보다 약 1%p 높은 수준에서 결정될 수 있었다.

헛9은 데이터센터 크기를 두 배 키우기 위한 2차 자금 조달을 준비 중이다.

순환금융

그러나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AI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엔비디아의 시도가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급자가 수요자가 돼 수요를 스스로 창출하는 '순환금융'에 대한 우려다.

순환금융은 TPU(텐서처리장치)로 GPU의 아성에 도전한 구글과 경쟁이 심화하면서 본격화하고 있다.

구글도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TPU를 밀어붙이고 있고, 수요를 만들어내기 위해 데이터센터 개발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금융가에 따르면 이들 빅테크가 데이터센터 임대를 약속하면 데이터센터 개발업체들의 자금 조달 비용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그렇지만 이들 클라우드 업체의 수익성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클라우드 수요가 줄어들 경우 금융 지원에 나선 엔비디아나 구글이 막대한 부담을 안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엇갈린 평가

순환금융에 대한 평가는 크게 둘로 나뉜다.

과거 닷컴 거품 붕괴 당시의 패턴과 매우 유사하다며 AI 붐의 끝물이라는 비관이 있다. 현재 하이퍼스케일러들과 빅테크가 연간 수천억달러를 AI 데이터센터와 칩에 쏟아붓고 있지만 이 투자를 정당화할 정도의 AI 소프트웨어 수익을 내는 곳은 드물다.
반면 이는 막대한 전력과 자본을 필요로 하는 AI 인프라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AI 거품 끝물과 아무 연관이 없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과잉 공급이 문제였던 닷컴 거품과 달리 지금은 전력망과 부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이에 따라 순환금융은 생산 수단 선점을 위한 경쟁일 뿐이라는 것이다.

거품으로 끝날지, AI 토대 확산으로 이어질지는 1~2년 안에 최종 소비자들이 AI 서비스에 대해 기꺼이 돈을 지불할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email protected] 송경재 기자


#엔비디아 #텍사스 데이터센터 #순환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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