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비운의 왕 아닌 17세 소년 단종"…서예일 작가 희곡 '나는 왕이 아니었다' 출간

장충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원작 소설 파격 재해석…관풍헌 배경으로 죽음 앞둔 단종의 인간적 고독 조명
곤룡포 입은 가짜 왕'과 '평복 입은 진짜 왕' 대비…연극·무용극 무대화 추진

"비운의 왕 아닌 17세 소년 단종"…서예일 작가 희곡 '나는 왕이 아니었다' 출간

【파이낸셜뉴스】역사의 거친 풍랑 속에 잊혀졌던 어린 왕 단종이 희곡 무대를 통해 권력의 상징이 아닌 '열일곱 소년'의 모습으로 관객들을 찾아온다.

정선 출신으로 영월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서예일 작가가 최근 출간한 동명의 청소년 역사소설을 무대 언어로 전면 재구성한 장편희곡 '나는 왕이 아니었다'를 새롭게 선보였다.

이번 희곡은 올해 선을 보인 원작 소설과 메시지 및 구성 면에서 궤를 달리한다.

소설이 현대 소년의 타임슬립 성장기에 초점을 맞췄다면, 희곡은 죽음을 단 하루 앞둔 17세 소년왕 단종과 세상을 떠난 현대의 17세 소년이 영월 관풍헌에서 나누는 마지막 교감에 집중한다.

무대 위 인물 설정도 파격적이다. 단종문화제 어가행렬에 참여했다 죽음을 맞이한 현대 소년은 곤룡포를 입은 '가짜 왕'으로, 정작 진짜 왕인 단종은 평복 차림의 '보통 소년'으로 등장한다.

'왕의 옷을 입은 가짜'와 '평복을 입은 진짜'의 대비를 통해 서 작가는 권력이라는 껍데기 뒤에 숨겨진 한 인간의 존엄성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특히 현대 소년은 단종과 관객들의 눈에만 보이는 장치로 설정됐다.

사약을 들고 찾아온 금부도사 등 주변 인물들이 소년을 보지 못하는 시공간의 교차 속에서, 죽음 직전 단종이 느껴야 했던 극심한 고독과 인간적 내면이 밀도 높게 그려진다.

수양대군과 김종서의 피비린내 나는 정치적 대립 대신, 한 소년의 삶과 두려움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서예일 작가는 "단종의 비극적 죽음 자체가 아니라 영월에서 삶의 마지막 순간을 견뎌낸 17세 소년을 기억하고자 구상한 작품"이라며 "관객들이 극장을 나설 때 '비운의 왕'이 아닌 '17세 소년 단종'의 마음을 먼저 떠올려주길 바란다"고 출간 소회를 전했다.

한편 장편희곡 '나는 왕이 아니었다'는 연극과 무용극 등 본격적인 무대화 제작이 추진 중이다.

내년 춘천에서 37년 만에 열리는 '대한민국연극제'를 앞두고, 지역의 역사 문화 자산을 고품격 공연 예술 콘텐츠로 확장한 모범적 창작 희곡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email protected] 장충식 기자


#서예일작가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