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 랠리 외치다 도박판 전락한 증시 정상화 시급

파이낸셜뉴스

극심한 변동성에 '롤러코스피' 자조
정책 보완·시장 체질 개선 서둘러야

한국 증시가 연일 급락하며 코스피 6000선이 무너졌다./사진=연합뉴스
한국 증시가 연일 급락하며 코스피 6000선이 무너졌다./사진=연합뉴스

한국 증시가 연일 급락하며 코스피 6000선이 무너졌다. 급락보다 심각한 것은 극심한 변동성이다. 연일 널뛰기 장세가 이어지면서 글로벌 투기시장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폭락장을 빗댄 '블랙 에브리데이', 높은 변동성을 꼬집은 '롤러코스피' 등 자조가 쏟아진다. 상반기 '에브리데이 랠리'를 외치던 분위기와는 딴판이다. 코스피는 넉달 전인 4월 초 수준으로 되밀렸고, 이달 들어 시가총액 2000조원이 증발했다. 변동성에 질린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떠난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시장의 변동성이 도를 넘었다. 최근 13거래일 중 단 하루를 제외한 12거래일 동안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장만 열리면 사이드카가, 심하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그마저 시장 안전장치 역할을 하지 못했다. 증시가 도박판이 됐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4~5월 미국 주식을 팔고 국내로 돌아왔던 서학개미들도 다시 미국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외국인 역시 올해 들어 코스피에서만 200조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최근 급락의 배경은 미국 빅테크의 인공지능(AI) 투자 과열 논란과 중국 반도체 기술 급성장에 따른 경쟁 심화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과도한 증시 부양도 하나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자본시장으로 돌려 첨단산업 등을 키우겠다는 '생산적 금융' 정책을 추진했다. 방향은 옳지만 속도가 지나쳤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한도 확대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이 그 예다. 코스피에서 반도체 '투톱' 비중이 50%를 넘는 상황에서 충분한 검토 없이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허용한 것은 성급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게 됐다. 국민연금도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웃돌아 예전처럼 '하락장의 구원투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 시각은 달라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의 브라질 국빈방문을 수행 중인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우리만 그런 것은 아니다"라며 세계 증시가 함께 출렁였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게 다 레버리지 ETF 때문은 아니다"라며 국내 시장 구조와 파생상품 비중을 원인으로 꼽았다. 납득하지 못할 분석은 아니다. 파생상품 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은 오래된 문제다. 그러나 레버리지 ETF가 이런 취약성을 더욱 증폭시킨 촉매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정부도 이를 의식해 한 차례 보완책을 내놨다. 이 대통령도 추가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정책을 수정·보완하려면 먼저 정책의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정교한 대책도 나올 수 있다. 당국은 현재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개인 투자한도를 20%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 와중에도 일부 레버리지 ETF는 28일 하루 만에 30% 가까이 폭락했다. 고점 대비 70% 넘게 추락한 것이다.

시장 체질개선도 시급하다. 자본시장은 개인투자자의 단기매매와 투기세력의 파생상품을 위한 도박판이 아니라 국민 자산과 기업 성장이 함께하는 곳으로 바뀌어야 한다. 장기투자 중심의 기관투자자 기반을 넓히고, 개인투자자 사이에도 단기 등락에 휘둘리지 않는 투자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 체질개선 없는 주가 상승은 신기루일 뿐이다. '롤러코스피'라는 오명을 벗는 것이야말로 증시 부양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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