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1.8%' 녹색채권의 현실···"발행 부담 덜어줘야"
국내 녹책채권 발행규모 전 세계 13위
하지만 비중은 2.1%..국내 채권시장에서는 1.8%
발행사 고신용 기관에 집중..재무적 동기도 미흡
발행 전후 관리 부담이 가장 큰 제약 요인
제도, 정책, 시장 3개 측면에서 활성화 대책 필요
[파이낸셜뉴스] 국내 녹색채권 시장이 몸집은 커졌지만 주요국에 비해 그 기반과 강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증과 사후보고 등이 까다로운 데다 세제 혜택 등 재무적 유인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절차 간소화와 투자자·발행사 인센티브 확대가 시장 활성화의 핵심 과제라고 진단했다.
30일 한은이 발간한 '국내 녹색채권 발행여건 점검 및 정책적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녹색채권 발행규모(원화·외화 합산)는 131억달러로 집계됐다. 전 세계 13번째에 해당하지만 그 비중은 전체(6135억달러)의 2.1%에 그쳤다. 국내 전체 채권발행액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8%에 불과했다. 주요국 평균(4.0%)의 절반 아래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8년 녹색채권이 처음 발행된 이후 2021년을 기점으로 시장이 외형적 성장을 이뤘다. 발행금액과 발행기관 수가 전년 각각 1조원, 4개에서 12조5000억원, 59개로 대폭 뛰었다. 그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제정 같은 제도 정비, 이차보전·수수료면제 등 발행비용 지원이 따른 결과였다.
그러나 글로벌 관점에선 여전히 미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채권시장 영향력뿐만 아니라 저변 자체가 확대되지 못한 상태다. 지난해 기준 발행사는 AAA등급 비중이 53.0%를 가리키는 등 고신용도 기관에 편중돼 있었고, 발행 경험이 있는 137개 기관 중 10회 이상 발행한 곳은 9개에 불과했다. 자금 사용처도 청정운송(33.3%), 신재생에너지(20.8%), 에너지효율(16.7%) 등 일부 분야에 몰려 있다.
한은이 실시한 올해 국내 녹색채권 발행여건 설문조사를 보면 제약요인으로는 '인증·보고 등 관리·인력 부담'이 평균 척도(5점 만점) 3.71점으로 가장 컸다. 적격 프로젝트 부족(3.56점), 발행절차 복잡성(3.44점), 녹색 관련 규정 이원화(3.22점) 등이 뒤를 이었다. 발행·관리 절차상 실무 부담이 주요 걸림돌인 셈이다.
한은 지속가능성장실 김재영 지속가능성장기획팀 과장은 "녹색채권은 발행 전 자금 사용처를 정하고 외부검토를 받아야 하고 사후에도 자금 배분 내역과 환경성과를 지속 관리·보고해야 한다"며 "친환경 사업을 보유하고 있어도 녹색분류체계에 부합하지 않거나 증빙자료가 충분하지 않으면 녹색채권 자금 사용처로 지정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고 짚었다. 이어 녹색대출 재원 마련을 위해 녹색채권을 마련할 때 녹색채권 가이드라인과 녹색여신 관리지침을 함께 고려해야 해 검토와 보고 업무가 중복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발행의 재무적 동기도 부족하다. 녹색채권 발행의 주요 목적으로는 '친환경 경영의지·평판 제고'가 36.5%(복수응답)로 신규 투자자 확보(18.3%), 재무적 이익(15.1%)의 합산보다 비중이 높았다. 김 과장은 "비재무적 유인만으로는 신규 발행기관 참여를 유도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녹색채권 시장 육성을 위해 제도, 정책, 시장 등 3가지 측면의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국제기준과의 정합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서식·절차·보고 항목 등을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발행 전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녹색채권으로 분류되려면 6대 환경목표(온실가스 감축, 기후변화 적응, 물의 지속가능한 보전, 순환경제로의 전환, 오염 방지 및 관리, 생물다양성 보전) 중 하나 이상에 기여하고, 4개 핵심요소(자금의 사용, 평가 및 선정 절차, 자금의 관리, 보고)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정책적으로는 참여자 비용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인센티브 체계 유지·보완'이 언급됐다. 최초 발행기관에 대한 지원 우대, 녹색채권에서 발생하는 배당·이자소득에 대해선 비과세를 적용하는 등의 펀드 등 투자자 대상 유인책 등이 그 대안이다.
근간이 되는 것은 시장 활성화다. 특히 유통수익률, 회전율, 일반채권 대비 스프레드 등 유통시장 정보를 체계적으로 축적·공개할 경우 합리적 가격 형성을 유도하고 거래 여건을 파악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평가됐다.
[email protected] 김태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