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천장만 보던 병실에 손자손녀가 왔어요"

변옥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그린닥터스 청소년봉사자들 폭염속 요양병동서 땀방울

국제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재단 제공
국제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재단 제공

[파이낸셜뉴스] 숨이 턱턱 막히는 한여름 주말 오전, 부산의 한 요양병원 로비.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도 청소년들의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맺혀 있었지만 그 눈빛만큼은 어느 때보다 반짝였다. 국제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재단(이사장 정근·온병원 설립자) 산하 청소년 봉사단 '주니어그린닥터스' 단원들이 외로움과 무더위에 지친 어르신들을 찾아 나선 길목이었다.

■ "거창하진 않아도… 우리 마음이에요" 구석구석 담긴 온정

"할머니, 더운데 잘 지내셨어요? 저희가 준비한 선물이에요!"
지난 25일 오전, 주말의 휴식조차 반납한 채 병원을 찾은 학생들의 두 손에는 직접 포장한 '사랑의 물품키트'가 한가득 들려 있었다. 키트 안에는 어르신들의 일상에 꼭 필요한 물티슈와 일회용 비닐장갑, 각티슈를 비롯해 무더위 속 갈증을 달래줄 건강음료와 간식류가 알차게 채워졌다.

이날 봉사는 무연고 환우와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 그리고 오랜 병원 생활 동안 가족들의 발길이 뜸해 소외감을 느끼기 쉬운 장기입원 환우들을 엄선해 진행됐다. 화려하거나 거창하진 않지만, 학생들의 손길이 닿은 물건마다 어르신들을 향한 진심 어린 배려가 묻어났다.

"천장만 보던 병실에 손자손녀가 왔어요"

■ "가족이 찾아와도 이리 반갑지…" 눈시울 붉힌 어르신들

병실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고 손자손녀 같은 학생들이 얼굴을 내밀자, 병상에 누워있던 어르신들의 표정에 일순간 환한 미소가 번졌다.

오랫동안 장기 입원 중인 한 어르신은 학생들의 손을 꼭 잡고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찾아오는 이도 없고 매일 병실 천장만 바라보며 답답하게 지냈는데, 이렇게 예쁜 아이들이 찾아와 밝은 얼굴로 말벗도 해주니 살아있는 기분이 든다"며 가슴 뭉클한 소감을 전했다.

거동이 불편해 병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또 다른 환우의 보호자 역시 깊은 안도와 감사를 표했다. 보호자는 "요즘 날씨가 너무 더워 어르신들이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 계셨는데, 청소년들이 해맑은 웃음으로 찾아와 온기를 나눠주니 환우뿐만 아니라 옆을 지키는 보호자들까지 마음까지 시원해졌다"고 고마움을 감추지 않았다.

"천장만 보던 병실에 손자손녀가 왔어요"

■ 나눔으로 자라나는 미래 우리사회의 주역들

이날 구슬땀을 흘린 학생들의 감회도 남달랐다. 로고스국제크리스천스쿨 장시내 학생봉사자는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고 수줍었지만 어르신들이 따뜻하게 반겨주셔서 갈수록 더욱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이수련 학생봉사자 역시 "거동이 불편해 병실에 누워계신 분들도 밝은 웃음으로 맞이해 주셔서 오히려 제가 더 큰 위로를 받았다"며 환하게 웃었다.

봉사활동을 총괄하는 그린닥터스재단 권소현 사무부총장은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학생들이 직접 간이용품 키트를 만들고, 무연고 및 형편이 어려운 환자분들께 마음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 가슴 깊이 가족의 정을 다시 깨닫게 된다"며 "주니어그린닥터스는 앞으로도 지역사회 소외계층을 위한 나눔 활동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그린닥터스의 주니어그린닥터스 회원수는 700여명이고, 지금까지 거쳐 간 회원수만도 15,0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무료급식봉사, 국제진료 봉사, 병원 등에서 꽃꽂이봉사하는 호스피탈리아 병원봉사, 환경봉사, 프레스 기자단, 욍진가는날·개도국 의료봉사 등 국내외 의료봉사 활동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지난 2022년부터 매월 빠짐없이 이어져 온 그린닥터스 청소년 봉사단원들의 따뜻한 발걸음. 찌는 듯한 폭염보다 뜨겁고 순수한 이들의 동행은, 유례없는 무더위에 지친 우리 사회에 깊고 시원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변옥환 기자


#로고스국제크리스천스쿨 #학생봉사자 #그린닥터스재단 #나눔 활동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