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제주산 보리로 '진짜 제주맥주'… 감귤 신품종 농가엔 5~10년 독점권 추진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위성곤 제주지사·이승돈 농진청장 현안 협의
수입 맥아 의존 낮출 제주 맥주보리 연구
선도 농가에 신품종 전용실시권 건의
레드향 심었는데 한라봉… 묘목 혼종 개선
오픈소스 스마트팜·AI 경영분석 협력
난지시험지 연구 인력·시설 확충 검토

위성곤 제주특별자치도지사(오른쪽)와 이승돈 농촌진흥청장이 30일 제주도청 집무실에서 제주농업 현안 협의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양측은 제주산 맥주보리 산업화와 감귤 신품종 보급 방식 개선, 묘목 품종 혼입 방지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위성곤 제주특별자치도지사(오른쪽)와 이승돈 농촌진흥청장이 30일 제주도청 집무실에서 제주농업 현안 협의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양측은 제주산 맥주보리 산업화와 감귤 신품종 보급 방식 개선, 묘목 품종 혼입 방지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에서 재배한 맥주보리로 지역 고유 맥주를 만들고, 국가 신품종을 먼저 도입한 농가에는 일정 기간 독점 사용권을 주는 방안이 추진된다. 감귤 묘목의 품종 혼입을 막고 농가가 직접 관리할 수 있는 저비용 스마트팜을 확산하는 협력도 강화된다.

30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위성곤 제주도지사는 이날 도청 집무실에서 이승돈 농촌진흥청장과 만나 제주농업의 체질 개선과 신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과제를 논의했다.

핵심 의제는 제주산 맥주보리 산업화다. 제주에서 판매되는 지역 맥주 상당수가 수입 맥아나 보리를 사용하는 만큼 제주산 원료와 지역 생산기술을 결합한 특화 맥주 개발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위성곤 지사는 농촌진흥청에 제주 기후와 재배환경에 맞는 맥주보리 품종 연구와 생산기술 지원을 요청했다. 원료 생산에서 가공·양조까지 연결되면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을 만들고 제주맥주의 지역 정체성도 강화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승돈 청장은 "국립식량과학원 난지시험지의 연구 여건을 보강하고 제주도와 함께 밀·맥주보리 산업화 가능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나물콩과 메밀, 녹두 등 제주 밭작물 품종 연구도 이어갈 계획이다.

국가가 개발한 신품종의 보급 방식도 쟁점으로 다뤄졌다. 현재는 여러 농가와 업체가 같은 조건으로 품종을 이용하는 통상실시 방식이 주로 적용돼 신품종을 먼저 시험 재배한 농가가 위험을 부담해도 별도 보상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위 지사는 감귤 신품종부터 초기 참여 농가에 5~10년 단위 전용실시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전용실시권은 정해진 기간 특정 농가나 업체가 품종을 독점적으로 생산·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권리다. 제주도는 일정 기간의 권리를 보장하면 선도 농가가 신품종 재배와 시설 투자에 적극 나서고, 품종 갱신 속도도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감귤 묘목의 품종 혼종 문제도 공식 의제로 올랐다. 농가가 레드향 묘목을 구입해 심었지만 성장 뒤 한라봉으로 확인되는 사례처럼 유통 과정에서 품종이 뒤섞이면 수년간 투입한 비용과 시간이 손실로 이어진다.

위성곤 제주특별자치도지사와 이승돈 농촌진흥청장, 제주도·농촌진흥청 관계자들이 30일 제주도청에서 제주농업 발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제주도는 신품종 전용실시권 도입과 제주산 맥주보리 연구개발, 스마트농업 기술 지원을 건의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위성곤 제주특별자치도지사와 이승돈 농촌진흥청장, 제주도·농촌진흥청 관계자들이 30일 제주도청에서 제주농업 발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제주도는 신품종 전용실시권 도입과 제주산 맥주보리 연구개발, 스마트농업 기술 지원을 건의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위 지사는 묘목업체의 접목·화분 시설 지원과 유전자 분석을 통한 품종 실태조사, 우량 대목 육성을 위한 장기 저리 융자를 요청했다. 대목은 감귤나무를 접붙일 때 뿌리 역할을 하는 나무로 품종의 생육과 병해 저항성에 영향을 준다.

스마트농업 분야에서는 농가가 직접 유지·관리할 수 있는 보급형 시스템 구축을 논의했다. 고장이 나면 특정 업체에 의존해야 하는 폐쇄형 설비 대신 공개된 기술을 활용해 농가와 지역 기술자가 스스로 관리하는 오픈소스 기반 모델을 확대하는 방향이다.

제주도가 개발한 스마트팜 플랫폼 '제빛나'와 농촌진흥청의 '아라온실' 간 기술 교류도 추진한다. 남원읍 한남리 주민들이 조성한 자립형 스마트팜 거점을 현장 모델로 삼아 기술교육과 유지관리 역량을 높일 계획이다.

제주도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농가 경영분석 컨설팅과 제주데이터허브 기반 병해충 식별 서비스의 정밀도 개선, 농경지 농업기상관측장비 표준화도 지원해 달라고 건의했다.

농가별 생산비와 수익, 작황 데이터를 AI로 분석하면 품목 선택과 출하시기, 비용 절감 방안을 정교하게 제시할 수 있다. 병해충 사진을 판별하는 식별 모델과 지역별 기상정보를 연계하면 방제 시기를 앞당기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이 청장은 "난지시험지의 인력과 연구 기반을 강화하고 제주농업 현장에 맞는 기술 지원에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청장은 29일부터 이틀간 제주에 머물며 제주 재래돼지를 개량한 난축맛돈 산업화 현장과 국산 감귤 품종 재배농가를 찾아 생산·유통 현장의 의견도 들었다.

위 지사는 "선도 농가가 신품종 갱신에 참여할 유인을 만들고 제주산 원료를 활용한 고부가가치 산업을 키워야 한다"며 농촌진흥청의 제도·연구 지원을 요청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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