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 생산적 금융 위해선 기업들 ‘돈맥경화’ 풀어야

파이낸셜뉴스

대한상의 조사, 자금조달 애로 호소
은행 대출부터 원활하게 뚫어주길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정부와 금융당국이 '생산적 금융'을 주요 국정과제로 내걸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기업 현장에서 느끼는 자금조달 체감도는 떨어진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비금융업 204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자금조달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들이 겪는 자금경색이 심각하다.

조사에서 기업들은 최근 1년간 가장 어려워진 자금조달 수단으로 시중은행 차입(43.6%)을 꼽았다.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이 가장 큰 애로요인으로 지목된 것이다. 정책금융(11.8%)과 지분투자 유치(2.9%)마저 조달이 어려워졌다고 응답했다. 은행 대출부터 회사채 발행까지 자금조달 수단들이 예전보다 나아진 게 없어 보인다. 생산적 금융을 활성화한다는 정부의 목소리와 현장의 반응에 온도 차가 크다는 얘기다.

눈여겨볼 대목은 은행의 기업대출이 여전히 원활하지 않다는 점이다. 기업에 대한 은행의 깐깐한 대출기준뿐만 아니라 이자부담 전가가 과도하다는 뜻이다. 기업의 애로를 덜어주기 위해 개선해야 할 대목이다. 은행의 기업대출 위험가중치를 완화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

위험가중치가 낮아지면 은행이 쌓아야 할 자본 부담이 줄어 기업대출 여력도 커진다. 이런 조정 정책들이 바로 정부가 말하는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은행에 충분한 돈을 쌓아둔 채 생산 부문으로 흘러가지 않으면 그게 무슨 생산적 금융인가.

회사채 발행(19.6%)과 주식 발행(14.2%)도 어려워진 조달 수단으로 꼽혔다고 한다. 회사채 발행비용은 늘어나고 신주 발행의 경우 활용에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업 투자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회사채 발행이 어려울수록 경영에 필요한 돈줄은 마른다.

더욱 심각한 점은 상장 효과가 기대만큼 높지 않다는 반응이다. 이번 상의 조사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던 시점에 이뤄졌다고 한다. 그런데도 주식시장이 경영활동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응답은 31.4%에 불과했고, 절반이 넘는 기업이 별 영향이 없다고 답했다.

비상장사들이 기업공개(IPO)를 꺼리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IPO를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응답보다 여전히 신중하다는 응답(56.9%)이 더 많았다. 상장 후 공시의무와 규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엄격한 상장요건을 충족하는 점도 부담이 됐다는 의견이다. 과도한 부분이 있는지 제도적 미비점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생산적 금융 활성화 정책의 성패는 현장의 목소리를 얼마나 담아내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가 금융권을 향해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라고 다그쳐봤자 기업이 실제로 체감하는 자금줄이 막혀 있다면 탁상공론에 머물 뿐이다.

정부는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여러 방식들을 전면적으로 점검하기 바란다. 기업 경영에서 '돈맥경화' 현상이 어느 부분에서 벌어지는지 확인해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도록 지원책을 강구하는 게 생산적 금융의 본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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