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성 임금은 남성의 72.3%… 안전·돌봄 성평등 '빨간불'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정책 브리프 발간
지역성평등지수 7년 연속 상위권 유지
안전 17위·일생활균형 16위로 취약
20~24세 여성 경력단절 비율 37.1%
임금공시·긴급돌봄·젠더폭력 대응 제안
성평등가족국·AI 성인지 플랫폼도 제시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가 지역성평등지수에서 7년 연속 상위권을 유지했지만 안전과 돌봄, 일·생활 균형에서는 전국 최하위권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임금은 남성의 72.3% 수준에 그쳤고 20대 초반 여성의 경력단절 비율은 전국 평균의 두 배를 웃돌았다.
1일 제주여성가족연구원에 따르면 민선 9기 제주도정이 추진해야 할 성평등·가족정책 방향을 담은 '민선9기 제주특별자치도 성평등·가족정책 어젠다' 브리프를 발간했다.
이번 브리프는 제주지역 성평등정책의 성과와 취약 분야를 진단하고 민선 9기 100대 정책과제와 연계할 6대 정책 의제를 제안했다. 고지영 선임연구위원이 책임연구를 맡고, 이연화·정여진 선임연구위원과 강권오·선민정·이민지·이해응 연구위원이 공동연구자로 참여했다.
제주는 지역성평등지수에서 2017년부터 7년 연속 상위권을 유지한 유일한 광역지자체다. 고용과 소득, 성평등 의식 분야는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안전과 가사노동, 돌봄 분야에서는 구조적인 격차가 이어졌다.
2024년 제주 여성 임금은 남성의 72.3% 수준으로 조사됐다.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은 전국 최고 수준이지만 2025년 상용직 비율은 47.1%로 전국 평균 55.5%를 밑돌았다.
특히 20~24세 여성의 경력단절 비율은 37.1%로 전국 평균 17%의 두 배를 웃돌았다. 17개 시도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돌봄 분야도 취약했다. 2024년 돌봄 영역 지역성평등지수는 전국 10위였고 가사노동 지표는 14위에 머물렀다.
제주지역 무급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에서 나타난 성별 격차는 2019년 2.24배에서 2024년 2.66배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전국 격차가 3.19배에서 2.72배로 줄어든 것과 반대 흐름이다.
안전 영역의 지역성평등지수는 전국 17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일·생활 균형 지수도 61.1점으로 전국 16위에 그쳤다.
연구진은 여성 경제활동 기반 혁신을 첫 번째 정책 의제로 제시했다. 공공기관부터 성평등 임금공시제를 시행하고 컨설팅과 인증제도를 거쳐 민간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돌봄과 경력 때문에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여성을 '경력단절'이 아닌 '경력보유' 관점에서 지원하는 제도도 제안했다. 돌봄과 농어업, 자영업, 프리랜서 경력을 인정하는 제주형 경력관리제도와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포함됐다.
AI와 기후전환에 대응한 여성 직업교육도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관광과 농업, 돌봄, 신재생에너지, 스마트농업 등 제주 특화산업과 연결한 여성 맞춤형 AI 훈련과정을 운영하자는 내용이다.
돌봄 분야에서는 수눌음돌봄공동체 확대와 손주돌봄수당 지원 강화, 농번기·관광 성수기 긴급돌봄 운영을 제안했다. 맞벌이 가구 비율이 높은 제주 여건에 맞춰 유연근무제와 가족친화기업 지원을 확대하고 자영업자와 농림어업 종사자의 쉼과 여가권도 정책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봤다.
안전 분야에서는 가정폭력과 성폭력, 스토킹, 교제폭력, 디지털성범죄를 통합적으로 다루는 제주형 젠더폭력 대응 조례와 피해자 원스톱 지원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관광도시 특성을 반영해 숙박시설과 관광시설의 불법촬영 점검을 강화하고 안심귀가 앱과 비상벨, 폐쇄회로(CC)TV를 연결한 스마트 안전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아동·청소년 정책으로는 학교 성평등 교육과 청소년 성폭력·디지털 피해 대응체계 강화, 아동·청소년 통계의 성별 분리 생산을 제시했다.
제주 여성사와 평화·인권 분야에서는 제주4·3과 여성·가족에 대한 조사 연구, 해녀 공동체와 청년·중장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리더십 과정, 마을회·주민자치회·어촌계 여성 참여 목표제 도입을 제안했다.
정책 추진체계 개편도 핵심 의제다. 현행 과 단위 성평등정책 조직을 국 단위 '성평등가족국'으로 확대하고 지역성평등센터를 설치해 고용과 안전, 가족·청소년 정책을 통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공 AI 서비스에 성별 편향이 포함됐는지 사전에 점검하는 감사제와 AI 성인지 데이터 플랫폼 구축도 포함됐다. 채용과 복지, 치안 분야 알고리즘을 도입하기 전에 성별 편향을 검증하고 관련 절차를 조례로 제도화하자는 구상이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은 6대 어젠다를 민선 9기 100대 정책과제와 연계해 여성의 경제활동과 돌봄, 안전, 아동·청소년 성장, 성평등·평화문화, 정책 추진체계 전반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