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광장] 오세훈 판결의 역설
오세훈 시장 1심 벌금 1000만원
판결 뒤집지 못하면 재보궐선거
장동혁의 강성세력 영향력 강화
국민의힘 야당 존재감 잃을 가능성
민주당은 안심하고 당내 권력투쟁
대통령 임기 2년차 당장악력 약화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1심 선고가 내려졌다. 그에게 선고된 벌금 1000만원이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되거나, 최종심에서 벌금 100만원 미만 또는 무죄가 선고되지 않는 한 오 시장은 시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더구나 특검법 규정상 2심과 3심은 각각 3개월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하므로, 오 시장 관련 재판은 비교적 이른 시일 안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모두가 알다시피 오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노선을 대표하는 정치인 가운데 한명이다. 그런 오 시장이 이번 선고로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되면, 많은 이들은 또 다른 합리적 보수 정치인인 한동훈 의원이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안철수 의원 등이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상황이 반드시 그런 방향으로만 전개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 최종심에서 오 시장이 무죄판결을 받거나 시장직을 유지할 수 있는 형량으로 기사회생한다면, 그는 합리적 보수를 대표하는 대선 주자로 화려하게 귀환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최종심에서 현재의 형량이 유지되거나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벌금형이 이른 시일 안에 확정된다면, 내년 4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가 치러지게 된다. 이러한 시나리오를 예상하는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있다면, 이들은 지금부터 서울시장 후보가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 돌입할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경쟁이 오히려 현재의 장동혁 체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장 대표가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데, 그렇다면 장 대표는 혹시 치러질지 모르는 재보궐선거의 공천 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를 뒤집어 보면 장 대표 입장에서는 대표직에서 물러나지 말아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 셈이고,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장 대표와 연대할 필요성이 커지는 셈이어서, 결과적으로 장 대표가 연대를 확장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지는 상황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결국 역설적으로 오 시장에 대한 1심 판결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합리적 보수 세력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오히려 강성 세력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예상을 가능하게 한다.
여기에 국민의힘 내부에서 비교적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온 의원 모임 '대안과 미래'의 권영진 의원마저 징계를 받게 된 상황까지 더해지면, 국민의힘 강성 세력의 영향권은 더욱 넓어질 수 있다. 물론 권 의원이 정점식 원내대표에게 보인 언행은 비판받아 마땅하고, 그래서 그에 대한 징계를 거론하는 것 자체는 당연하다. 그러나 당사자인 정 원내대표가 권 의원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선처를 호소하는 상황에서, 권 의원에게 '탈당 권유'나 '제명'과 같은 극단적인 처분을 내리는 방안까지 거론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처럼 권 의원에 대한 징계 여부가 세간의 주목을 끌면서, 보궐선거 당시 한동훈 의원을 도왔다는 이유로 윤리위에 제소된 의원들에 대한 징계 시도가 '조용히' 이뤄질 가능성마저 커졌다. 이러한 상황 역시 장동혁 체제를 공고히 하는 데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자신들의 실수를 은폐하기 위해 실시간 투표자 수를 조작했다는 의혹 역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장외투쟁에 몰두해 온 장 대표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이러한 여러 상황을 종합해 보면, 장동혁 체제는 '본의 아니게' 정치적 생명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된 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상황이 이런 식으로 흘러갈 경우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욱 하락하고, 야당으로서의 존재감마저 잃을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상황이 이렇다면 더불어민주당 내부의 갈등은 오히려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강한 야당이 존재한다면 여당은 결속해 야당의 도전에 대응하려 하겠지만, 야당의 주장과 행보가 여론의 호응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안심하고' 당내 권력투쟁에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들은 대통령 임기 2년 차에는 좀처럼 보기 힘든 모습인데, 이는 결국 야당이 약하기 때문에 대통령의 여당 장악력도 함께 줄어들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이 의미하는 바는 야당이 약할 경우 대한민국 정치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야당이 지금보다 강해질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여권 역시 절감할까? 그것이 궁금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