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지역대학이 문을 닫는다면
부실대학은 정리되어야 하는가. 하나마나한 질문일 수 있다. 학생이 외면하는 대학은 경쟁력을 상실한 만큼 시장의 논리로는 퇴출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대학을 민간기업과 같은 잣대로 평가해도 될까?
한국도 일본도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절벽이라는 공통의 숙제를 안고 있다. 이 커다란 흐름 속에서 대도시권 밖의 지방대학은 존폐의 벼랑 끝에 서 있다. 부실대학의 대부분이 지방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8월 15일부터 '사립대학 구조개선법'이 시행된다. 정원미달이거나 재정난에 빠진 대학에 교육부가 학생 모집 정지나 폐교를 명령할 수 있게 된다.
부실 사립대학 문제는 일본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정원미달 대학의 대부분은 교육의 질이 낮고,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못하는 만큼 재정지원을 축소해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일본 재무성은 현재 800개가 넘는 대학을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아 충격을 불렀다.
아사히신문 취재팀은 지난 10년간 지방대학의 현실을 취재한 결과를 최근 '벼랑 끝의 사립대학'이라는 책으로 엮어냈다. 이들이 발견한 것은 숫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지방대학의 생생한 모습이었다. 책에 따르면 지방대학 중에는 지명도나 입학 성적은 낮지만 교육력이 뛰어난 곳이 적지 않았다. 여러 이유로 대도시권의 유명 대학에 진학하지는 못했지만, 교수들의 헌신적인 지도 아래 성장해 지역 기업과 병원, 공공기관을 떠받치는 인재가 된 사례도 숱하다. 입학 성적이 한 사람의 성장 가능성을 결정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지역에 남는다는 점이다. 유명대 졸업생들이 대도시로 몰리는 사이 지방대 출신 청년들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여위어 가는 지역을 묵묵히 지탱하고 있었다. 지방대학은 단순한 학위수여 기관이 아니라 지역에 젊은 피를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사례들은 지방대학 문제가 개별 대학의 생존을 넘어 지역사회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과제임을 보여준다. 학령인구 감소 속에서 지방 소규모 대학이 자구 노력만으로 살아남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산업계가 대학을 지역사회의 핵심적인 인프라로 인식하고, 함께 뒷받침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모든 부실대학을 무조건 살리자는 뜻이 아니다.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대학마저 획일적인 시장 논리만으로 일도양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한국 역시 같은 갈림길에 서 있다. 우리나라는 이미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대학 하나가 문을 닫으면 학생들은 다른 대학으로 옮겨갈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청년을 잃은 지역은 쉽게 되살아나지 않는다. 대학이 사라진 자리에 다시 젊은이를 불러들이는 일은 폐교를 결정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대학 정책은 더 이상 교육정책만이 아니다. 지역정책이자 인구정책이며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문제다. 우리가 되짚어 봐야 할 것은 어떤 대학을 없앨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대학이 지역의 미래를 만들며 그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지원할 것인가이다. 지역대학을 잃는다는 것은 하나의 대학을 잃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미래를 잃는 것일 수도 있다.
최용훈 일본 도시샤대학 상학부 학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