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극한의 증시 변동, 부양보다 체질개선에 총력을
정부 증시 긴급조치권 추진
정책실패도 철저히 규명해야
극한의 변동성을 보이는 국내 증시를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가 긴급조치권 도입에 나섰다.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시장 안정이나 투자자 보호가 긴급히 필요한 경우 신속하게 대응할 법적 근거를 마련키로 한 것이다.
최근 국내 증시는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다. 한 달 만에 지수는 20% 넘게 급락했고, 사이드카도 정신없이 울렸다. 지난달 28일과 29일엔 사상 처음으로 코스피, 코스닥 양쪽에서 서킷브레이커가 연달아 발동됐다. 지난달 31일 시총 상위 1, 2위 종목이 동시에 폭등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마지막 날을 제외한 30일 누적 하락률은 무려 34%에 달했다. 역대급 하락세를 보인 1997년 10월 외환위기, 2008년 10월 금융위기 때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쇼크였다. 상반기 100% 넘게 급등하며 전 세계 상승률 1위를 기록한 시장이 한달 만에 이 지경이 됐으니 누가 봐도 정상적인 시장으로 볼 수 없는 것이다.
지금의 롤러코스터 증시 상황을 감안하면 비상시에 활용할 안전판을 보강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시장 불안을 증폭시키는 제도는 전면 손질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순서를 따지자면 지금의 공포장세를 부른 원인에 대한 철저한 규명과 반성이 먼저다. 정부는 많은 이들의 비판과 경고를 무시하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전격 결정했다. 도입 전부터 특정 종목에 투기적 수요를 집중시키고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빗발쳤지만 당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장이 요동치자 쫓기듯 예탁금을 상향했다. 그러고도 충분치 않자 이제는 투자한도 설정, 배율 조정까지 검토하겠다며 태도를 바꿨다. 시장을 활성화한다며 내놓은 제도가 오히려 증시를 투기판으로 만들고 변동성을 증폭시킨 결과를 낳았다면 단순히 뒤늦은 규제로 수습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어떤 검토와 판단을 거쳐 도입을 결정했는지, 당시 제기된 위험 경고를 왜 받아들이지 않았는지 정책 과정 전체를 공개적으로 되짚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다.
긴급조치권이 주가 방어권으로 변질돼서도 안 된다. 주가는 기업 실적과 경기,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오르내리는 것이 정상이다. 지수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개입한다면 정부가 결국 주가를 떠받쳐줄 것이라는 잘못된 신호까지 줄 수 있다. 그런 만큼 긴급조치에 해당하는 권한의 발동요건과 대상, 세부기준 역시 보다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증시 불안을 단일종목 레버리지 탓으로만 돌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레버리지는 변동성을 키운 증폭기일 뿐 근본 원인은 특정 종목에 대한 지나친 쏠림과 단기 투기적 거래, 취약한 시장 저변 탓이 크다. 일부 종목의 등락이 전체 지수를 뒤흔드는 불균형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상품 몇 개를 규제한다고 시장이 정상화될 순 없다.
정부가 사력을 다해 해야 할 일은 증시의 근본적 체질개선이다.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바이오,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이 성장하도록 자본시장의 저변을 넓히는 과제에 더 집중해야 한다. 부실기업은 신속하게 퇴출시키고 우량기업이 증시에 남을 유인을 높여야 할 것이다. 장기투자자가 시장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고,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바른 해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