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대 노총 '52시간 완화' 반대, 경쟁에서 이기겠나
경쟁국들 연구실은 24시간 불 밝혀
우리만 규제에 얽매여 경쟁 뒤처져
호남권 반도체 메가특구에 주 52시간 근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3일 강력하게 반대한다는 성명을 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7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노동 규제를 유연화하는 내용이 담긴 메가특구 특별법 추진 방안을 보고했다.
호남권 반도체 메가특구는 폭증하는 반도체 수요에 부응해 정부와 기업이 최단기간에 건설하려는 산업단지다. 각국의 반도체 개발과 생산 경쟁은 날로 격화하고 있어 동원 가능한 힘을 모두 쏟아부어 공장을 짓고 연구에 매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호남권 반도체 메가특구는 그런 이유에서 민관이 협력하여 조기에 완공해야 하는 산단이다.
정부가 주 52시간 근로제 완화를 이 메가특구에만이라도 적용하려는 것은 그런 다급하고 절박한 사정에서다. 반도체 개발과 생산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때를 놓치면 경쟁에서 뒤처지고 아예 도태될 수도 있다. 근로시간 유연화에 대한 기업의 요청은 전부터 있었지만 입법권을 가진 국회는 외면했다. 그런 것을 정부가 나서 제한적으로나마 해보자고 여당에 설명한 것이다.
주 52시간 근로제를 이토록 엄격하게 지키고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대만 등 경쟁국들의 연구실은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우리는 그렇지 않다. 퇴근시간만 되면 소등을 하고 컴퓨터를 끈다. 연구의 지속성과 집중력에서 경쟁국들과 상대가 될 수 없다.
노동부 보고에는 노동자가 동의하면 소득 상위 3%인 관리자와 연구개발자에게 주 52시간 근로 상한을 없애고, 연장·야간·휴일근로 수당을 적용하지 않으며 일반 수당을 주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도입 방안 등이 담겼다. 모든 근로자가 아닌 특정직 노동자만, 그것도 동의하에 해보자는 것인데 양대 노총이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노동자의 건강과 여가 활용을 위해 주 52시간 근무는 지켜야 한다는 데 반대하지 못한다. 그러나 총근로시간을 지키는 전제하에서 연구와 생산을 중단하지 않기 위해 융통성 있게 근무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고 본다. 오히려 메가특구에서 시험적으로라도 시행해 보고 성과가 좋으면 다른 분야의 연구개발 업무 등으로 확대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산업의 발전과 기업의 번창을 위해 노동의 유연성은 꼭 필요하다. 노동 규제의 경직된 적용은 경제 성장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미국, 일본, 대만이나 중국과 비교해도 한국의 노조는 원칙에 얽매여 노동자의 권리를 조금도 양보하지 않으며 강성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국가에서 산업재해나 노동자의 반발이 알려진 예는 거의 없다. 일반적인 근로시간 연장이 아니라 최상위 관리자와 연구개발 인력에게만 적용하게 된다. 현장에서 육체 근로를 하는 노동자 혹사와도 다른 문제다. 그런데도 노조는 덮어놓고 반대만 하고 있으니 답답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