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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에 끈팬티 비키니 차림 하객"...해방감인가, 민폐인가 [어떻게 생각하세요]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속옷과 신체 윤곽을 그대로 드러내는 이른바 '네이키드 드레싱(Naked Dressing)'이 미국 전역에서 일상복 트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과거 런웨이나 레드카펫에 국한됐던 파격적인 노출 스타일이 거리와 식당을 넘어 결혼식, 업무 콘퍼런스 등 공식 석상까지 파고들면서, 패션업계의 새로운 상업적 기회와 공적 공간에서의 복장 규범 충돌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던지고 있다.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는 시스루(속이 비치는) 소재 의류, 브라톱, 속옷이 비치는 스커트 등을 일상 외출복으로 입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었다.

실제 캘리포니아주 소살리토에서 열린 한 하와이풍 결혼식에서는 한 하객이 피부색 끈팬티 형태의 비키니 하의와 톱만 입고 등장해 현장을 당황케 했다. 행사 기획자는 결국 해당 하객에게 복장 규정을 안내한 뒤 인근 매장에서 덧입을 옷을 직접 사서 입히는 소동을 겪었다. 한 업무 콘퍼런스에서는 기조연설자가 브라렛과 얇은 검은색 스커트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발표 내용보다 복장이 더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돌발 상황이 늘어나자 일부 결혼식에서는 청첩장에 세부적인 복장 규정을 명시하거나, 속이 비치는 옷을 입고 온 하객을 위해 신부가 여분의 드레스를 미리 준비해 두는 풍경까지 연출되고 있다.

논란 속에서도 패션·유통업계는 '속옷의 겉옷화'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노리고 있다.

글로벌 SPA 브랜드 '자라(ZARA)'는 공식 홈페이지에 란제리 드레스 전용 카테고리를 운영 중이며, '라장스'는 속옷이 투명하게 비치는 레이스 드레스를 판매하고 있다. '마이클 코어스'는 삼각형 브라렛에 슬랙스를 조합한 스타일을, 아메리칸이글 계열 브랜드 '에어리'는 시스루 캐미솔과 브라를 결합한 '쇼 오프' 컬렉션을 선보였다.

빅토리아시크릿 역시 셔츠 없이 단독 착용 가능한 '스트랩리스 브라'를 출시해 흥행을 거두고 있다. 힐러리 슈퍼 빅토리아시크릿 최고경영자(CEO)는 "속옷을 겉옷으로 활용하는 흐름이 매우 강해졌으며, 소비자들의 옷차림이 갈수록 가벼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 및 전문가들의 반응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과감한 노출을 남의 시선에서 벗어난 자기결정권 행사이자 해방감의 표현으로 해석한다. 반면 일각에서는 여성의 신체를 다시 상업적으로 소비하고 대상화하는 유행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또한, 주요 부위를 가리기 위한 특수 유두 가리개나 보이쇼츠 등 보조 속옷을 추가로 구매해야 해 비용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뉴욕의 스타일리스트 브룩 라우닉은 "비키니 수준의 노출을 일상복처럼 소화하는 모습에 불편함을 느끼는 대중이 여전히 많다"고 전했다.

WSJ은 "향후 관련 시장이 시스루 의류를 넘어 노출을 조절하는 보조 속옷 및 행사별 복장 컨설팅 서비스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개인의 자유로운 자기표현과 공동체 행사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예절 기준이 충돌하면서, 직장과 행사장을 중심으로 한 복장 규정 논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서도 불붙은 'TPO 논란'..."자기표현" vs "시선 테러"

한국 사회 역시 과감해진 노출 패션을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 개인의 자기표현 자유와 공적 장소에서의 예의(TPO) 사이의 갈등이 한층 깊어지는 모양새다.

가장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는 곳은 단연 '결혼식장'과 '직장'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직장인 익명 앱 등에서는 쇄골과 어깨라인, 혹은 신체 윤곽이 과도하게 드러나는 의상을 입고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을 두고 "신부보다 시선을 끄는 민폐 하객룩", "공적 연회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부족"이라는 비판글이 단골 소재로 올라온다.

직장이나 대중교통 등 공공장소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여름철 브라톱이나 속이 훤히 비치는 시스루 차림으로 출근하거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이들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민망하다"며 실질적인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처럼 노출 패션을 둘러싼 대중의 시선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한 긍정적 측면에서는 "타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내 몸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정당한 개인의 자유"라며, 무더운 날씨에 실용적이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연출법이라고 옹호한다.

반면 반대 측에서는 "공동체적 정서와 사회적 관습이 존재하는 한국에서 TPO를 무시한 노출은 자기만족을 넘어 주변 사람들에 대한 실례"라고 반박한다. 나아가 과도한 노출을 부추기는 유행이 오히려 여성의 신체를 다시 상품화하고 대상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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