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시스템, '20조 우주 투자' 시동…세 자릿수 경력 인재 채용
[파이낸셜뉴스] 한화시스템이 20조원 규모 우주 투자에 시동을 걸었다. 세 자릿수 경력 인재 채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시스템이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과 우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저궤도 위성통신 등 미래 우주사업을 담당할 경력사원을 세 자릿수 규모로 채용한다. 한화그룹이 발표한 55조원 규모의 우주항공·AI 투자계획을 실행할 핵심 인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려는 행보다.
한화시스템은 2026년 하반기 우주사업부 경력사원 채용을 진행한다. 모집 분야는 △SAR 위성 △우주 AI 데이터센터 △저궤도 위성통신 △위성용 태양전지 △위성 서비스 운영·영업·전략 등이다. 근무지는 직무에 따라 서울사업장과 판교연구소, 제주우주센터로 나뉜다. 지원자는 국내외 대학의 석·박사 학위 기간을 포함해 관련 분야 실무 경력을 5년 이상 보유해야 한다. 지원서는 지난달 31일부터 우주 인재 채용 전용 마이크로사이트에서 받고 있다.
이번 채용은 한화가 지난달 발표한 'AI 우주강국' 중장기 전략의 후속 조치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지난달 3일 경남 진주 경상국립대에서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2040년까지 우주항공과 AI 분야에 5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독자 발사체와 위성망, 우주·국방 AI를 연결하는 통합 인프라 구축이 핵심이다. 한화시스템은 이 가운데 약 20조원을 초저궤도 SAR 위성과 우주 AI 데이터센터, 저궤도 위성통신망 구축 등에 투입할 예정이다. 대규모 투자계획이 설비 확충을 넘어 전문 인력 채용으로 이어지면서 한화의 우주사업이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채용이 위성의 개발·제조·운용과 데이터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우주사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고 있다. 위성 하드웨어 중심의 기존 채용과 달리 AI 데이터 분석과 통신 서비스, 영업·전략 인력까지 모집 대상에 포함했기 때문이다.
사업의 한 축은 SAR 위성이다. SAR은 전파를 지표면에 발사한 뒤 반사되는 신호를 분석해 영상을 얻는 기술이다. 기상이나 주야간 환경의 제약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아 재난 관측과 국토 관리, 안보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다. 한화시스템은 2023년 국내 최초로 순수 국내 기술을 적용한 1m급 소형 SAR 위성을 발사해 지상과의 교신에 성공했다. 해당 위성은 하루에 지구를 약 15바퀴 돌며 기술 검증을 진행했다. 한화시스템은 현재 중·대형 위성을 보완하고 관측 재방문 주기를 단축하기 위한 군집 위성 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군 정찰위성 분야에서 확보한 경험도 강점이다. 한화시스템은 전자광학·적외선 위성 1기와 SAR 위성 4기로 구성된 군 정찰위성 '425 사업'에 SAR 센서와 데이터링크 시스템을 공급했다. 전자광학·적외선 센서와 SAR 탑재체를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국내 유일 기업이라는 것이 한화시스템의 설명이다.
차세대 위성은 해상도와 관측 빈도를 함께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의 초소형위성체계 사업은 다수의 SAR 위성을 군집 운용해 한반도 관측 주기를 20∼30분 수준으로 줄이는 것이 목표다. 한화시스템은 25㎝급 해상도를 갖춘 소형 SAR 위성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위성 생산 기반은 제주우주센터가 담당한다. 이 시설은 위성 개발·조립장과 기능·성능 시험장, 통합시험장, 우주환경시험 설비 등을 갖춘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위성 생산시설이다. 연간 최대 100기의 위성을 생산할 수 있어 위성의 양산 체계를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시스템은 위성이 수집한 정보를 저장하고 AI로 분석하는 우주 AI 데이터센터도 구축할 계획이다. 단순히 위성을 만들어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측 데이터를 재난 대응과 안보, 해양·산림 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이다. 위성 제작에서 데이터 분석·서비스까지 수익원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성이 높다는 평가다.
저궤도 위성통신 분야에서는 글로벌 사업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유텔샛 원웹에 3억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국내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유통·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저궤도 통신망은 지상·해상·공중의 통신 음영지역을 줄이고 재난이나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도 연결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위성의 전력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 확보에도 나섰다. 한화시스템은 한화솔루션 큐셀부문과 위성용 탠덤 태양전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2028년까지 약 300억원을 투입해 초저궤도 환경에 적합한 고효율·경량 태양전지를 개발할 계획이다. 그룹 내 태양광 기술을 우주사업에 접목해 핵심 부품 내재화를 앞당긴다는 구상이다.
세계 우주경제의 성장세도 인재 확보 경쟁을 자극하고 있다. 시장조사업계는 세계 우주경제 규모가 2025년 4391억달러에서 2035년 8518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위성 제작보다 통신·관측 데이터와 운용 서비스 시장이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우주산업 역시 정부 주도 개발에서 민간 중심의 '뉴스페이스' 체제로 이동하고 있다. 우주항공청은 매년 우주산업실태조사를 통해 기업 매출과 종사자, 연구개발 현황을 집계하며 민간 생태계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위성 시스템과 반도체, AI, 통신, 서비스 분야를 연결할 융합형 인재의 가치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시스템은 온·오프라인 채용 홍보를 병행해 국내외 우수 인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이번 채용으로 대규모 투자에 필요한 실행력을 높이는 동시에 제주를 포함한 지역 우주산업 생태계에도 전문 일자리를 공급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이번 대규모 채용은 한화그룹의 우주 분야 투자를 본격화하고 대한민국이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인적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우주시장을 선도할 역량 있는 인재들의 많은 관심과 지원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강구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