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성과급은 노조의 단체교섭·파업 대상 아냐"...경영상 의사결정 영역
경영성과급 성격 놓고 전문가 토론 성과급 지급 여부는 기업 재량 강조 유럽·일본도 노사협상 사례 드물어 "단체교섭 강제하면 경영권 침해"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업계에서 영업이익 연동 경영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경영성과급은 근로의 대가인 임금이 아닌 기업의 경영성과를 사후적으로 배분하는 '이익배분' 성격인 만큼 의무적 단체교섭이나 파업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연구개발(R&D) 투자와 설비투자, 재무전략 등 기업의 핵심 경영판단과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지급 여부와 규모는 기업의 자율적인 경영권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 "경영성과급은 경영판단 영역"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영업이익 n% 성과급 논쟁으로 바라본 노란봉투법 문제점'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영업이익 연동 경영성과급은 근로조건이 아닌 기업의 경영성과를 사후적으로 배분하는 제도라는 점을 강조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도 경영성과급을 근로성과에 대한 사후 정산이 아니라 기업의 경영성과와 이익을 분배하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경영성과급은 경영상 의사결정 영역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경영성과급 지급 여부와 규모, 지급 시기는 R&D 투자와 설비투자, 재무전략 등 기업의 핵심 경영판단과 맞물려 있는 만큼 단체교섭으로 배분 기준을 정하거나 파업을 통해 지급을 요구하는 것은 경영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경영성과급을 지급할 법적 의무는 없으며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은 결국 기업의 이익배분과 경영권의 문제"라며 "현행 법체계의 불명확성을 해소하기 위한 노동관계법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계도 같은 입장을 내놨다. 김동희 한국경영자총협회 근로기준정책팀장은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은 임금이나 복리후생 등 근로조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경영성과의 배분 기준과 규모를 단체교섭 대상으로 삼는 것은 기업의 경영판단 영역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자형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도 "이익배분형 경영성과급은 근로조건으로 보기 어렵고, 경영권의 핵심을 침해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의무적 교섭이나 노동쟁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 해외도 이사회 중심 결정…"노사협상 사례 드물어"
전문가들은 해외 주요 반도체 기업들도 경영성과급을 운영하고 있지만 지급 여부와 규모는 노사협상이 아닌 이사회 등 경영 의사결정 절차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는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며 정관에 일정 비율 이상을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급 규모는 이사회가 결정한 뒤 주주총회에 보고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노사협상을 통해 지급 비율을 정하는 사례는 없다.
유럽과 일본도 비슷하다. 박 교수는 독일 주요 기업은 연평균 약 1만유로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고 프랑스는 법정 이익공유제를 운영하면서도 개인별 지급 한도를 두는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일본 역시 통상 2~4개월분의 업적 연동 상여금을 지급하지만 노사협상을 통해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사례는 드물다고 설명했다.
한편 SK하이닉스 노조는 이날 5차 본교섭에서 사측이 성과급과 임금 조정안 수정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단체행동에 나서겠다고 최후통첩했다. 삼성전자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성과급 지급 이후 보상 형평성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노조 '동행'이 오는 21일 집회를 예고하는 등 반도체업계 노사 갈등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email protected] 이동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