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금겹살' 이유 있었네... 6년간 1조2000억 '짬짜미'

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檢, 육가공·유통업체 담합 적발
6개사, 가격 최소 20% 넘게 올려
공정위 조사 시작되자 텔레방 폭파

국내 대형마트 돼지고기 시장을 과점한 육가공·유통업체들이 6년여간 1조2000억원 규모의 가격 담합을 벌인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담합으로 대형마트 돼지고기 판매가격이 최소 20% 이상 높게 유지됐다고 판단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이정호 부장검사)는 4일 서울 송파구 동부지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도드람푸드와 디허스코리아(옛 CJ피드앤케어), 대성실업, 보담, 대전충남양돈축산업협동조합, 부경양돈협동조합 등 돼지고기 유통업체 6곳과 유통영업부장·수도권영업소장 등 중간관리급 이상 임직원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담합에는 국내 1·2위 업체를 포함해 이마트에 돼지고기를 납품한 대형 유통업체 9곳이 가담했다. 이들 모두 담합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공정위 조사 협조 여부 등을 고려해 6곳이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는 공정위가 2021~2022년 일반육 입찰과 브랜드육 납품 과정에서 발생한 약 190억원 규모의 가격 담합을 적발해 지난 4월 검찰에 6개 업체를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이후 범행 가담 업체 9곳을 압수수색하고 휴대전화와 견적서, 메신저 대화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담합이 2017년 8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이어졌고, 이 기간 마트가 9개 업체에서 매입한 돼지고기 구매액은 1조2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확인했다.

박형철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 주임검사는 "경쟁사의 이전 주 가격을 알면 업체들이 이를 기준으로 가격을 높이거나 충분히 낮추지 않을 수 있다"며 "가격 정보 교환을 통해 정상적인 경쟁 상태보다 높은 가격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담합 방식도 점차 조직화됐다. 초기에는 전화와 일대일 메신저를 이용하다 2021년 11월 모든 납품업체 담당자가 참여하는 텔레그램 비밀대화방 '삐에로방'을 만들어 가격을 조율했다. 이후 '무항생제방'과 일대일 대화로 담합을 이어갔고, 담당자가 바뀌면 후임자에게 연락망을 인계하거나 신규 납품업체가 담합에 가담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특정 가격을 합의하는 가격담합뿐 아니라 비공개 가격 정보를 교환해 경쟁을 제한한 정보교환 담합도 기소 대상에 포함했다. 식료품 분야 정보교환 담합을 기소한 첫 사례라는 설명이다.

검찰은 담합 기간 대형마트 돼지고기 가격이 최소 20% 이상 높게 유지된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담합이 적발된 뒤인 2024년 돼지고기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보다 1.9%, 도매가격은 ㎏당 5134원에서 5239원으로 올랐지만 같은 기간 대형마트 삼겹살 가격은 25.5%, 목심 가격은 20.8% 하락했다.

공정위 현장조사가 시작되자 일부 업체는 텔레그램 '무항생제방'을 통째로 삭제하고 전산자료를 없애기도 했다. 이에 검찰은 조사 방해를 주도한 임직원 4명을 공정거래법상 조사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email protected]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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