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視角] 글로벌 Z세대의 반란
#1. 지난 5월 인도 대법원장이 청년들을 "직업도, 전문 분야도 없는 바퀴벌레 같다"고 조롱했다. 오랜 실업난에 지쳐 있던 젊은이들은 폭발했다. 구직 중이던 아비지트 딥케는 이 발언을 비꼬며 가상 정당 '바퀴벌레국민당'(CJP)을 만들었다. 거대 집권 여당 인도인민당(BJP)을 패러디한 이름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2200만명을 넘어섰다. 놀이와 풍자로 시작됐지만 고실업과 불평등에 좌절한 청년들이 빠르게 결집했다. 의대 입학시험(NEET) 문제 유출 사건까지 터지자 분노는 거리로 번졌다. 온라인 풍자는 현실의 분노와 맞물려 거대한 저항운동으로 이어졌고 교육부 장관이 물러났다.
#2. 지난해 9월 네팔에서는 '네포키즈'로 불리는 공산당 고위간부 자녀들의 호화생활을 담은 숏폼 영상이 실업과 가난에 신음하던 청년들을 자극했다. 대학생들은 틱톡 등에 '#NepoKids' 해시태그와 함께 정치인 자녀들의 호화로운 일상과 자신들의 구멍 난 신발을 나란히 올렸다. 이 캠페인은 순식간에 수백만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다급해진 정부는 소셜미디어를 전면 차단했다. 그러나 그 조치는 오히려 청년들을 거리로 불러냈다. 온라인 분노는 거리 시위로 번졌고 정권 교체의 도화선이 됐다.
전 세계에서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Z세대의 유쾌한 반란이 이어지고 있다. 인도와 네팔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말 세금 인상에 반발해 소셜미디어로 대규모 시위를 조직하고 내각 총사퇴를 끌어낸 불가리아 청년들, 올봄 '월세 난민'을 자처하며 거리로 나온 스페인 젊은이들까지 셀 수 없을 정도다. 이들은 밈(meme)과 숏폼, 패러디를 무기로 기성 정치와 사회를 풍자하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다.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다. 12·3 비상계엄 이후 여의도에 모인 2030 청년들은 민중가요 대신 K팝 응원봉을 들었다. 광장은 투쟁의 공간인 동시에 축제의 공간이 됐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후 송파에서는 젊은이들이 "빼앗긴 표를 돌려달라"는 손팻말을 들고 광장에 모였다.
온라인이든 거리든 Z세대 시위의 촉발점과 결과는 나라마다 달랐다. 어떤 곳에서는 부패가, 다른 곳에서는 공정이 불씨가 됐다. 한국에서는 공정과 탈이념 성향이 두드러졌다. 송파 시위 참가자는 한 언론에 "선거 결과를 뒤집자는 게 아니라 룰을 제대로 지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한국 사회에서 공정은 거의 종교 같은 가치인데, 그걸 건드린 순간 폭발한 것"이라고 했다. 이들 시위에는 지도부도 대표자도 없다. SNS를 통한 자발적 참여가 중심이다. 놀이처럼 보였지만 한동안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만큼 강력한 흡인력을 발휘했다.
문제는 기성세대다. 예나 지금이나 청년을 '철없는 아이'쯤으로 여긴다. 인도와 네팔 권력층은 청년들의 분노를 "불순 세력의 선동"이나 "철없는 젊은이들의 탈선"으로 치부했다.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30 청년층의 지지가 이탈하자 일부 기성 정치인은 "온라인 커뮤니티의 선동"이나 "역사의식 부족" 탓으로 돌렸다.
기성세대는 오래된 색안경으로 청년을 바라봤다. 자신의 청년 시절 경험을 오늘의 청년에게 그대로 투영하는 것이다. 특히 그것이 성공한 경험이라면 더욱 그렇다. 결국 공감 능력의 부재가 낳은 결과다. 권력층과 기성세대는 청년들의 아픔도, 그 아픔을 표현하는 방식도 이해하지 못했다. 저항의 언어가 바뀌었다는 사실조차 읽어내지 못했다.
글로벌 Z세대 시위의 근본 동력은 무너진 미래에 대한 절망이다. 높은 청년 실업, 특권층의 세습과 부패, 시험 부정처럼 기회를 빼앗는 구조적 불공정에 대한 분노다. 생존과 기회를 향한 절규가 밈과 숏폼, 응원봉과 패러디라는 새로운 언어를 입었을 뿐이다. 그들의 저항은 과거처럼 비장하지 않다. 그러나 그 안에는 냉정한 이성과 뜨거운 분노가 공존한다. Z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는 결국 미래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다.
[email protected] 임상수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