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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만 6번 이상?" 이 신호 놓치면 응급실行 [헬스톡]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사진=챗GPT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사진=챗GPT

[파이낸셜뉴스] 피가 섞인 설사가 하루 6회 이상 이어지며 발열, 빈혈 등이 동반되는 '급성 중증 궤양성 대장염(ASUC)'은 입원이 필요한 응급질환이다. 하지만 이를 단순 장염으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배변 후 휴지에 피가 묻어나면 대부분 치질을 먼저 의심한다. 설사가 반복되거나 배변 습관이 달라져도 스트레스나 식습관 탓으로 돌리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반복되거나 예전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면 염증성장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복통이나 설사는 감염성 장염, 스트레스, 식습관 변화 등으로도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다.

김광우 보라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5일 "증상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반복된다면 단순 장염으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 젊은 연령에서 복통과 설사가 지속되면서 체중 감소, 혈변 등이 동반된다면 염증성장질환(IBD) 가능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염증성장질환은 장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는 질환군으로,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이 대표적이다. 두 질환 모두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만성질환으로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지만, 염증이 생기는 위치와 양상에는 차이가 있다.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어느 부위에나 발생할 수 있고 염증이 장벽 깊은 층까지 침범할 수 있다. 반면,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 점막을 침범하며 대개 직장에서 시작해 위쪽으로 연속적으로 퍼지는 특징을 보인다.

혈변·발열·빈혈 동반되면 '위험 신호'

염증성장질환의 대표 증상은 지속되거나 반복되는 설사와 복통이다. 궤양성 대장염에서는 혈변이 비교적 흔하고, 크론병에서는 복통과 체중 감소, 항문 주위 통증이나 분비물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 밖에 피로감, 식욕 저하, 발열, 원인 모를 체중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 일부 환자에서는 관절 통증이나 피부 병변, 눈의 통증·충혈 등 장 이외 부위에도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피가 섞인 설사가 하루 6회 이상 이어지면서 발열, 빠른 맥박, 빈혈 또는 염증 수치 상승 등 전신 이상이 동반되는 급성 중증 궤양성 대장염은 지체 없이 응급 진료가 필요한 상태다. 다만 이러한 증상만으로 염증성장질환을 단정할 수는 없다. 감염성 장염이나 과민성장증후군에서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증상의 지속·반복 양상과 체중 감소나 빈혈 같은 전신 변화, 항문 주위 병변, 가족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국내 연구진이 공동 연구자로 참여해 우리나라 환자 특성을 반영한 한국형 '위험 신호 지표(Red Flags Index)'를 개발·검증하기도 했다. 이는 크론병을 확진하는 검사가 아니라, 여러 증상과 임상 정보를 바탕으로 정밀검사가 필요한 사람을 가려내는 도구로, 흔한 장 증상 속에서 크론병 가능성을 조기에 의심하고 적절한 진료로 연결하는 것이 목적이다.

내시경·혈액검사에 장초음파까지 종합 진단

염증성장질환은 한 가지 검사만으로 진단할 수 없다. 증상과 경과, 과거력과 가족력을 확인하고 혈액검사와 대변검사로 빈혈이나 염증, 감염 여부 등을 평가한 뒤, 필요에 따라 대장내시경과 조직검사를 시행한다.

크론병이 의심되는 경우 회장 말단부까지 확인하며, 내시경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소장 상태나 누공·농양 등 합병증은 자기공명 소장조영술(MR enterography)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등으로 살펴본다. 최근에는 방사선 노출 없이 장벽 두께와 혈류, 주변 조직 변화를 반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장초음파(Intestinal ultrasound, IUS)도 국내에 도입돼 진단과 경과 관찰에 활용되고 있다.

염증성장질환은 증상과 실제 장의 염증 정도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증상이 좋아졌다고 염증까지 사라졌다고 판단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치료 과정에서는 증상 호전뿐 아니라 혈액·대변검사, 내시경 또는 영상검사를 통해 실제 염증이 충분히 조절되고 있는지 함께 확인해야 한다.

염증성장질환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적 요인과 면역 반응, 환경 요인, 장내 미생물 등이 복합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정 음식이나 스트레스, 잘못된 생활 습관만으로 발생하는 질환이 아니다.

김 교수는 "배변 습관 변화가 지속되거나 복통과 설사가 반복되면서 체중 감소, 혈변, 발열, 항문 주위 통증이나 분비물 등이 동반된다면 염증성장질환 진료 경험이 있는 소화기내과 전문의를 찾아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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