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폭탄 피하자"… 코레일, 싸게 사고 똑똑하게 달린다
4년 동안 전기요금 60%나 뛰어
한전 공급 벗어나 직접구매 확대
새 차량엔 에너지 절감 기술 도입
운전보조 시스템으로 전력 절약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급증하는 전기요금 부담에 대응해 전력 구매 구조를 손질하고 철도차량의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 전력시장 직접구매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고효율 전동기와 지능형 열차 제어 기술 등을 도입해 2034년까지 연간 300GWh의 전력을 절감한다는 목표다.
■전기 싸게 사고, 열차 효율은 높이고
5일 코레일에 따르면 코레일의 전력 사용량은 2020년 2957GWh에서 2024년 3083GWh로 4.3% 늘었다. 같은 기간 전기요금은 연간 3637억원에서 5796억원으로 59.3% 뛰었다. 사용량보다 요금 부담이 훨씬 가파르게 증가한 셈이다. 코레일의 전기요금 부담은 국내 공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철도는 승객 수요에 맞춰 열차를 운행해야 해 전력 사용량을 임의로 조정하기 어렵다. 출퇴근 시간이나 명절처럼 수송 수요가 몰리면 전력 사용도 늘어난다. 철도 운임도 15년째 동결돼 증가한 운영비를 운임에 반영하기 쉽지 않다.
이에 코레일은 전력 구매 구조를 바꾸는 동시에 사용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비용 절감에 나섰다.
우선 공기업 최초로 한국전력 공급 방식에서 벗어나 전력거래소에서 전기를 직접 구매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자체 경제성 분석 결과 전력 도매가격은 ㎾h당 124.7원으로 기존 공급가격 182원보다 31.5% 낮았다. 송·배전망 이용료와 투자비 등을 더해도 기존 방식보다 평균 약 10% 저렴할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4월부터는 금정·평택·김천 변전소 3곳에서 직접구매를 시행하고 있다. 오는 10월 구로 변전소로 범위를 넓히고, 2027년에는 울산·대구·부산·평택·의정부 등 5개 변전소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코레일은 '철도차량 전기에너지 절감 종합대책'에 따라 차량 성능과 운전 방식을 개선하고 신규 차량에 에너지 절감 기술을 반영한다. 2034년까지 연간 300GWh의 전력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이를 달성하면 자동차 약 3만대의 연간 배출량에 해당하는 탄소 약 13만t을 감축할 수 있다.
차량 설비 분야에서는 전동차 추진·제동 장치의 유도전동기를 고효율 영구자석 전동기로 교체하고 회생전력 재사용을 확대한다.
기관사에게 구간별 가속과 타력운전, 제동 시점을 안내하는 운전자 보조시스템(DAS)도 도입한다. 불필요한 가속과 제동을 줄여 전력 소비를 낮추는 장치다.
'지능형 에너지 절감 열차 자동제어 시스템(IEOS)'은 제한속도와 신호 등 운행 조건에 맞춰 목표 속도를 설정하고 열차를 자동 제어한다. 지난 3월 KTX-이음으로 강릉선에서 시험한 결과 소비전력이 서원주~강릉 구간에서 12.2%, 강릉~서원주 구간에서 10.9% 감소했다. 코레일은 추가 안전시험을 거쳐 올해 말 강릉선에서 시범 운행한 뒤 신규 차량과 기존 노선에 순차 적용할 계획이다.
차량기지와 역사 유휴부지를 활용한 태양광발전,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소철도차량 등 친환경 에너지 기술도 도입한다.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저장하는 구조를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회생전력 활용…제도적 기반은 과제
열차 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회생전력의 활용도를 높이는 작업도 이어간다. 회생전력은 열차가 감속하거나 제동할 때 생긴 전기를 같은 전력망의 다른 열차가 재사용하는 방식이다.
다만 절감 효과를 실제 전기요금에 반영하려면 계량 방식과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월 열린 '탄소중립 시대 친환경철도 전기요금 제도개선 합리화' 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코레일이 지난 4월 전력 직접구매를 시작한 뒤 기존 계량값과 전력거래소 계량값을 3개월간 비교한 결과 평균 6.87%의 차이가 나타났다. 계량 방식에 따라 회생전력 반영 여부가 달라진 영향이다.
기본요금 산정 방식도 철도 운행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한전은 15분 단위 평균 전력 가운데 연중 가장 높은 '최대수요전력'을 기준으로 기본요금을 매긴다. 한 번 기록된 최대수요전력은 최장 1년간 요금 산정 기준으로 적용된다.
철도는 정해진 운행 계획에 따라 전력을 사용해야 한다. 출퇴근 시간처럼 수송 수요가 집중되면 열차 운행과 전력 사용이 함께 늘어 특정 시간대의 최대수요전력이 장기간 요금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철도의 친환경 에너지 절감 성과가 실제 비용 절감과 탄소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대수요전력 산정 방식과 회생전력 활용 기반 등 관련 제도 개선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최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