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주로 세금 줄이자"… 집주인 복귀에 불안한 세입자들
비거주 1주택 규제 강화 후폭풍
서울 5만가구 이상 올해 계약만료
전세 매물은 연초 대비 9.8% 감소
계약갱신청구권 사실상 무용지물
전월세 대란 현실화 우려 목소리
#.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임차인 A씨. 2024년 신규 전세 계약 후 올해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려고 했지만 '실거주하겠다'는 집주인 통보로 새로 살 곳을 알아보고 있다. 인근 지역 전월세가 모두 2년 전보다 많이 오른 탓에 같은 돈으로 갈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지역을 옮기려고 해도 직장이 멀어져 고민이다.
정부가 세제 개편안 등을 통해 '비거주 1주택자' 규제를 강화하면서 원래 살던 집에서 밀려나는 임차인이 늘고 있다. 올해 8월부터 12월까지 만료되는 신규 전월세 물량만 최소 5만가구 이상이어서 자칫 임차 대란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개월간 만기 5만가구 쏟아진다
5일 파이낸셜뉴스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2024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서울 전월세 신규 계약 건을 전수분석한 결과 올해 남은 기간(8∼12월) 계약 종료를 앞둔 가구 수는 총 5만736가구다.
10월 물량이 1만1330가구로 가장 많았고 8월 1만1150가구, 12월 1만233가구, 9월 9490가구, 11월 8533가구 순이었다. 범위를 2023년과 2025년까지 넓히면 올해 계약이 끝나는 가구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실거주를 희망하는 집주인이 많아지면서 임차인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사 수요가 단기간에 몰릴 경우 거리에 나앉는 가구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7월 이전부터 임차 계약 만료 후 들어와 살겠다는 소유주가 늘었다"며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계약갱신청구권, 사실상 '무용지물'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한강벨트(용산·마포·성동·동작·광진) 등 학군이 비교적 좋은 곳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이곳 임차인 대부분은 자녀 학군 때문에 거주하는데 일정 기간 안에 살 집을 구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전학을 가야 할 수도 있어서다.
당장 갈 곳을 찾으려 해도 전월세 매물 자체가 적거나 가격이 2년 전보다 크게 뛴 매물이 대부분이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4일 서울 전세 매물은 2만803건으로 올해 초 2만3060건 대비 9.8% 감소했다. 강남3구를 제외하면 전세 매물이 600건을 넘는 곳도 많지 않다.
2020년 7월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도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이 희망하는 경우에 한해 1회(2년) 계약을 갱신할 수 있는 권리지만 집주인이 실거주를 희망하면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비거주 1주택자 잡으려다 임차인 잡는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집주인들의 실거주가 늘어날수록 전월세 매물은 사라진다"며 "결국 이런 환경이 집값을 올리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는 세제 개편안에 포함된 장기보유특별공제 폐지가 향후 '임차인 수난시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양도세 절세를 위해 보유보다 거주가 중요해지면서 실거주하는 소유주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email protected] 권준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