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광장] 왕이의 입에 주목하자
"왕이 외교부장 오는 19~20일 방한
韓 핵추진잠수함 관련 메시지 예상
현 상황은 사드사태 때와 매우 유사
시진핑 나서면 제재 뒤따를 가능성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 90% 넘어
일본 이미 50~60%로 대폭 낮춰
막연한 기대 버리고 현실 직시해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방한이 오는 19~20일로 확정됐다. 이 시점에서 그의 메시지를 예상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 정부가 추구하는 핵추진잠수함 사업에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중국 측의 입장을 담은 메시지가 처음으로 전달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과거 사드 사태를 상기하면 그의 문제 제기는 상부로 올라갈 징조이다. 이런 수순 뒤에는 중국의 제재가 도사리고 있다.
사드 때와 같이 중국은 유사한 수순을 밟는 중이다. 중국은 우리의 사드 배치 결정이 이뤄지기 2년 전인 2014년 11월에 주한 중국대사를 통해 반대 입장을 먼저 알렸다. 당시 그는 사드가 한중관계를 순식간에 파괴할 것이고, 회복이 쉽지 않다고 읍소했다. 그리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경고가 있었다. 이듬해 2월엔 중국 국방부장이 우려를 표명했고,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우리 주중대사를 초치했다. 중국 외교부장 조리(장관보)는 3월에 방한해 중국의 우려를 전했다.
이듬해부터 중국의 고위 인사들이 본격적으로 반대 입장을 알렸다. 2016년 2월 16일에 중국 상무부장을 시작으로 2월 28일에는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3월 20일 외교부장이 방한할 때마다 이를 피력했다. 3월 11일에 중러 외교장관 회담을 계기로 러시아까지 합세했다. 급기야 3월 31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에게 반대 입장을 직접 전했다. 그리고 우리한테는 6개월 후인 9월 항저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가진 정상회담 자리에서 경고가 있었다. 일설에 의하면 그는 2014년 7월 방한 때 문제를 처음 제기했다고 한다. 다만 이를 확인할 순 없다. 그래서 그의 공식 발언 시점을 2016년 9월이라 할 수 있다. 이후 중국의 제재가 시작됐다.
핵추진잠수함 사업을 두고 중국이 지금 밟는 수순이 사드 때와 매우 유사하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에 앞서 작년 10월부터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우려를 표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11월에 주한 중국대사가 신중할 것을 주문했다. 지난 5월에는 중·러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이를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성명은 미국의 중장거리미사일 배치뿐 아니라 핵 반격능력, 확장 억제력, 핵 공유, 핵방어시스템(킬체인) 강화 반대를 명시했다. 우리의 핵 공유를 목적으로 한 2024년 한미 워싱턴 선언(핵협의그룹·NCG), 억제력 강화를 위한 킬체인 개발사업, 핵확산 우려를 양산하는 핵잠사업 등이 적시된 것이다.
6월 18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당시 개최된 한미 NCG 회의를 두고 확장 억제력을 강화하려는 처사라며 엄중히 경고했다. 이튿날엔 핵잠 추진도 지적했다. 핵 비확산 원칙과 상충 가능성을 촉발하는 원흉이라며 비확산 의무 이행을 촉구했고 신중한 처리를 요구했다. 중국의 입장이 공식화된 이상 이번 방한 때 왕이의 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그의 발언을 시작으로 관련 부처 수장에서 시진핑으로 상승하면 중국의 제재가 뒤따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가능한 제재는 희토류 수출규제이다. 작년에 우리는 이미 당했다. 9월에 우려거래자 목록(entity list)을 공표한 후 우리의 한화오션 및 미국의 자회사 5곳이 첫 제재 대상이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10월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우리를 구제했으나 두 번 해줄지는 미지수다. 올 4월 중국은 이를 보완해 더 강한 리스트(中華人民共和國反外國不當域外管轄條例)를 발표했다. 6월에 대만 문제와 동중국해 영토분쟁(센카쿠열도)을 이유로 일본 기업과 기업인 20곳과 20명을 제재했다.
그럼에도 일본은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50~60%)를 2012년부터 상당히 낮췄다. 공급망 동맹 참여에도 적극적이다. 우리는 아직 90%를 넘는다. 우리에겐 기회가 있었다. 일례로,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채택한 희토류 동맹 선언이었다. 하지만 일설에 따르면 우리는 중국을 의식해 서명을 거부했다고 한다. 중국의 제재 그림자가 드리우는 상황에서 어쩌면 우리는 대비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실용외교의 전제 중 하나는 현실을 직시하는 용기다. 상대방 언행의 저의와 포석을 꿰뚫는 직관력도 전제된다. 그래야만 대비가 가능하다. 외교는 이익에 따라 움직이기에 상대방의 약점을 최대한 공략하는 성질이 있다. 우리의 배려가 반드시 호의로 돌아오지 않는 이유다. 감성적인 접근과 막연한 기대감 또한 금물이다. 이런 자세로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