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난급 폭염, 물가앙등과 대정전에 만반의 대비를
채솟값 크게 오르고 전력 수요 급증
피해 최소화 위해 선제 대응나서야
사상 최악의 폭염에 가뭄까지 겹쳐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 주로 농산물 가격이 치솟는 이른바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고온+물가상승)'이 나타나고 있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로 전달보다 떨어졌지만 국제유가 하락과 석유 최고가격제 영향이 크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2.6%로 2023년 12월 이후 가장 높았다.
말하자면 농산물을 제외하고도 전반적으로 물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달 들어 폭염 지속으로 농산물 가격마저 급등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 시금치, 열무, 당근, 오이, 양배추 등 채솟값이 크게 오르고 있다고 한다. 닭, 오리, 돼지 등 가축과 가금류가 50만마리를 넘게 폐사했고 양식 물고기도 20여만마리가 떼죽음을 당해 축산품과 수산물 가격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히트플레이션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우리보다 일찍 극한의 더위가 닥쳐 고통을 주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전 세계 식품 가격이 최대 15.8%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있다. 국내 식품업체들은 벌써 재료비와 포장재 가격 상승에 따라 식료품 가격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이는 단지 서민들의 밥상 물가를 상승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전체적인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다. 이상기후에 따른 농수축산물 가격 상승은 정책적으로 조정하기기 쉽지 않지만 물가당국의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폭염은 앞으로 최소한 2주 이상 지속될 것이다. 물가 관리와 더불어 더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으로 정전 사태를 예방하는 것이다. 5일 기준 최대 전력수요는 역대 다섯번째로 높아졌고, 전력예비율은 12.5% 정도로 낮아졌다. 아직은 여유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만일의 대정전 사태에 대비하면서 수급조절에 나서야 한다.
다수의 전국 아파트에서 정전 사태가 발생했는데 이는 에어컨을 한꺼번에 켜서 변압기에 과부하가 걸린 탓이라고 한다. 전력 부족이 원인은 아니지만 가정에서도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형편이 됐다. 한전은 전력공급 상황을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알리고, 여의치 않을 때는 에어컨 가동을 줄일 것을 요청하는 등 국민의 협조를 구해야 할 것이다.
1987년 일본 수도권에서는 폭염에 따른 냉방 수요 급증으로 대정전이 발생해 철도 운행이 중단되고 신호등이 정지돼 교통이 마비되는 큰 혼란이 일어났다. 우리에게도 이런 비상사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대규모 정전은 특히 공장 가동을 멈춰 국가경제에도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폭염이나 가뭄 등의 이상기후는 올해로 끝나는 게 아니다. 내년 이후에도 더 극심한 더위와 한해(旱害), 또는 홍수가 닥칠 수 있다. 천재지변은 인간의 힘으로 제어할 수 없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비책을 세워놓고 피해를 줄이는 도리밖에 없다.
더위가 1년 내내 계속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재난과도 같은 자연재해가 됐다. 열사병으로 사망하거나 입원하는 숫자는 지진이나 홍수 피해자만큼 증가하고 있다. 이번 폭염으로 사망한 사람은 4일까지만 19명에 이른다. 하루에 200명에 가까운 온열질환자가 발생한다. 정부도 3년 만에 '중대본 2단계'를 가동했는데 적절한 대응이다. 정부는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더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