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제 개편으로 전월세시장 혼란, 보완책 시급
집 주인들 실거주로 돌아서고 있어
임대물량 줄고 가격 상승세 나타나
정부의 부동산 과세체계가 '보유 중심'에서 '거주 중심'으로 바뀌면서 전월세 시장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집주인이 실거주를 선택하면 임대 물량은 줄고, 이미 오름세인 전월세 가격은 더 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세제 개편안에는 전월세 시장 안정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 정책에서 세입자가 안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3일 발표한 세제 개편안에서 초고가·비거주 주택의 세 부담을 대폭 높이고,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실거주 중심으로 손질했다. 시장에서는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이 늘면서 세를 주고 다른 곳에 살던 집주인들이 실거주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졌다고 본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양도세를 줄이기 위해 집주인이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들어가 사는 것이 유리해질 수 있다"며 "전월세 물량이 줄고 임대료가 오르면 그 피해는 서민과 청년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월세 시장은 이미 몇달 전부터 동요하고 있다. 물량은 줄고 가격은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조사 결과 올해 상반기 아파트 전셋값은 4.99%, 월세는 4.62%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도 사상 처음으로 7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전세물량도 줄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803건으로 1년 전보다 9.0% 감소했다.
이번 세제 개편은 이런 불안한 흐름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2024년 체결된 서울 전월세 신규 계약 중 이달부터 연말까지 계약이 끝나는 가구만 5만가구가 넘는다. 집주인들이 재계약 대신 실거주를 택하면 전월세 물량 감소는 불가피하다. 임차인은 계약갱신권도 행사할 수 없다. 집주인들의 세부담 전가가 현실화되면 거주불안은 커지고 전월세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고가 전세는 월세 전환이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책 간 엇박자도 문제다. 정부는 지난 5월 주택 거래를 활성화한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전세를 낀 주택의 실거주 의무를 임대차 종료 때까지 유예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비거주 1주택자의 세제 혜택을 줄이면서 당시 실거주 유예를 적용받은 무주택 매수자에 대한 예외규정을 두지 않았다. 정책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는 대목이다. 조정대상지역 매입임대주택과 상생임대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것도 아쉽다. 임대사업을 장려한다며 혜택을 약속해 놓고 뒤늦게 거둬들이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과 거리가 멀다.
정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한 보완책을 내놓아야 한다. 아파트 공급 확대가 어렵다면 비아파트를 늘릴 제도 개선부터 서둘러야 한다. 공공임대 확대와 무주택 실수요자 지원도 속도를 내야 한다. 실거주를 유도하는 정책이 임차인의 주거불안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자칫하면 '비거주 1주택자를 잡겠다더니 애꿎은 임차인만 잡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