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규제의 역설…삼성·SK, 中 반도체 장비 평가 검토<로이터>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 가능성에 대비해 중국 반도체 장비업체 AMEC의 장비를 중국 공장에 사용할 수 있는지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규제가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기보다 오히려 중국 장비업체의 시장 진입 기회를 넓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5일(현지시간)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약 2년 전부터 AMEC의 식각(Etching) 장비를 시험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미국이 두 회사의 중국 공장에 미국산 반도체 장비 반입을 계속 허용할지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체 장비 확보에 나섰다는 것이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공장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AMEC 장비를 시험하거나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고, SK하이닉스도 "중국 공장용으로 AMEC 장비를 시험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2023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을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로 지정해 일부 미국산 장비 반입을 허용했지만, 2025년 이를 철회한 뒤 현재는 연간 단위 허가 방식으로 전환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규제가 신규 장비뿐 아니라 기존 장비의 유지·보수와 부품 교체까지 확대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두 회사는 중국 내 생산능력을 늘리기보다 기존 생산라인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예비 대안'으로 중국 장비업체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례는 미국의 대중국 기술 규제가 낳은 역설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기 위해 마련된 규제가 오히려 중국 장비업체들이 외국계 반도체 공장에 진입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는 중국산 식각·증착 장비 가격이 글로벌 경쟁사보다 20~30% 저렴하다고 분석했다. 도이체방크는 AMEC와 노우라(NAURA), 파이오텍(Piotech), ACM리서치 등 중국 장비업체들이 올해 중국 반도체 제조장비 시장의 25~3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