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상수도 가동률 92%… 폭염에 예비 지하수 70공 비상 투입
지하수 의존율 96% '섬의 물 안보' 시험대
생활용수 하루 47만5154㎥·전년비 9% 증가
단수·저수압 민원 112건… 노후관 지역에 집중
9월30일까지 4개 반 54명 비상급수체제 운영
15일까지 취약지 조사·내년 상반기 시설 확충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폭염과 가뭄으로 제주지역 하루 상수도 공급량이 전체 시설용량의 92%까지 치솟자 제주도가 예비 지하수 관정 70공을 비상 가동했다. 용수 대부분을 지하수에 의존하는 제주에서 여름철 수요 급증과 노후 수도관 문제가 겹치며 안정적인 물 공급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6일 제주특별자치도 상하수도본부에 따르면 도내 하루 상수도 공급량은 47만5154㎥로, 정수장과 지하수 관정 등을 합친 전체 시설용량 51만5498㎥의 92%에 달한다. 지난해 평균보다 약 9%, 하루 4만~5만t 늘어난 규모다.
시설용량은 정수장 17곳과 상수도용 지하수 관정 299공 등을 모두 가동할 때 공급할 수 있는 최대 처리 능력을 말한다. 실제 공급량이 시설용량에 가까워질수록 정비나 고장, 국지적인 수요 증가에 대응할 여유는 줄어든다.
제주도는 예비 지하수 90공 가운데 70공을 추가로 가동하고 있다. 이들 관정의 하루 공급 가능량은 8만276㎥다. 예비 관정은 평상시 주력 수원으로 사용하지 않다가 물 사용량이 급증하거나 기존 시설에 문제가 생길 때 공급을 보완하는 시설이다.
중산간 지역의 주요 수원인 어승생정수장 저수율은 지난 4일 기준 7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당장 광역적인 물 부족 단계는 아니지만, 폭염이 이어지면서 생활용수 사용이 빠르게 늘고 일부 급수 취약지역에서는 단수와 저수압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노후 수도관에서 누수가 발생하거나 지대가 높은 지역, 관로 끝부분에서는 물 사용이 몰리는 시간대에 수압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 7월 2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접수된 상수도 민원은 112건이다. 제주도와 양 행정시, 한국수자원공사는 이 가운데 75건을 처리했고 37건은 조치 중이다.
제주도는 오는 9월30일까지 상수도부장을 총괄로 한 비상급수대책반을 운영한다. 대책반은 행정시 인력을 포함해 4개 반 54명으로 구성됐다. 급수 상황과 시설 운영 상태를 점검하고 단수·저수압 민원에 대응한다.
급수 취약지역에 대한 시설 보강도 추진한다. 오는 15일까지 읍면동별 단수·저수압 발생지역과 노후관 현황 등을 조사한 뒤 하반기에 설계를 진행한다. 공사는 내년 상반기 착수를 목표로 한다.
이번 상황은 제주 용수 구조의 지하수 편중도 다시 보여준다.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 용수의 지하수 의존율은 96%다. 화산암층 사이로 스며든 빗물이 지하에 저장되는 제주에서는 지하수가 생활·농업·산업용수의 핵심 수원 역할을 한다.
지하수 의존도가 높으면 강수량과 함양량 변화가 물 공급에 미치는 영향도 커진다. 비가 적게 내리는 기간이 길어지고 폭염으로 사용량까지 늘면 공급과 보전 사이의 부담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
제주도는 공급 확대와 함께 지하수 관정 관리도 강화하고 있다. 올해 도내 지하수 개발·이용시설 5600여공을 대상으로 허가 용도와 실제 사용 용도의 일치 여부, 계량기 작동과 자료 전송 상태, 오염방지시설 관리 등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5668공을 조사해 오염물질 유입 우려가 있는 상부 보호시설 214공을 정비하고 사용하지 않는 관정 23공을 원상 복구했다.
빗물을 활용한 대체수원 확보도 병행한다. 제주도는 지금까지 297억원을 투입해 농가를 중심으로 소규모 빗물이용시설 1821곳을 조성했다. 총저장용량은 24만2000t이다.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에는 2028년까지 7500t 규모의 중규모 빗물이용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지하수위 예측체계도 시범 운영 중이다. 제주를 동·서·남·북 4개 권역으로 나눠 3개월 뒤 지하수위를 예측하고, 가뭄 위험을 농업용수와 상수도 공급계획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제주도는 2027년 이후 본격 운영할 방침이다.
미래 물 부족에 대비한 지하수 저류댐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지하수 저류댐은 지하에 물막이 구조물을 설치해 바다로 빠져나가는 지하수를 저장하는 시설이다. 환경부 후보지 공모에서 제주지역 2곳이 선정됐으며 한국수자원공사가 오는 11월까지 도입 적합성을 조사하고 있다.
김형태 제주도 상하수도본부장은 "폭염이 이어지는 만큼 생활 속 물 절약에 적극 동참해 달라"며 "단수와 저수압 불편을 줄이고 생활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행정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단수나 저수압 등 급수 불편은 상하수도 민원 대표번호 064-121로 신고할 수 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