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갈치조림만 제주음식 아니다… 제주도, 사라지는 조리법 전승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제주도, 향토음식 명인·장인 4개 과정 운영
꿩엿·전통장·깅이 등 조리기술 95명에게 전수
해녀음식·세시풍속·지역 식재료 역사 함께 교육
명인·장인이 가정·마을의 구전 조리법 지도
7~18일 접수… 제주도민 우선·일부 자부담

제주 향토음식인 갈치국. 싱싱한 갈치에 호박과 얼갈이배추 등을 넣고 맑게 끓여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음식이다. 제주도는 꿩엿과 전통장, 깅이 등 가정과 마을에서 이어진 음식문화의 전승을 위해 명인·장인 요리교실을 운영한다.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제주 향토음식인 갈치국. 싱싱한 갈치에 호박과 얼갈이배추 등을 넣고 맑게 끓여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음식이다. 제주도는 꿩엿과 전통장, 깅이 등 가정과 마을에서 이어진 음식문화의 전승을 위해 명인·장인 요리교실을 운영한다.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관광객에게 익숙한 갈치조림과 흑돼지 뒤에 가려진 제주 향토음식의 조리법이 명인과 장인의 손을 거쳐 다음 세대로 전해진다. 해녀 집안에서 이어온 깅이 음식과 제주 콩으로 담근 전통장, 국제 슬로푸드 '맛의 방주'에 등재된 꿩엿까지 제주인의 생업과 생활사가 담긴 음식문화가 교육과정으로 옮겨진다.

6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2026년 제주향토음식 요리교실' 수강생 95명을 오는 7일부터 18일까지 모집한다. 제주도가 지정한 향토음식 명인·장인 4명이 강사로 참여해 음식 인문학과 조리 실습을 결합한 4개 과정을 운영한다.

이번 교육의 무게중심은 수강생 모집보다 사라질 수 있는 조리기술과 음식에 얽힌 기억을 전승하는 데 있다. 가정과 마을에서 구전되던 향토음식은 조리법이 기록되지 않거나 전승자가 줄면 원형을 복원하기 어렵다. 제주도는 명인·장인이 축적한 지식과 기술을 교육생에게 직접 전달하고 제주산 농수축산물 소비로 연결할 계획이다.

제주 향토음식은 화산섬의 자연환경과 농경 여건, 해녀문화와 연근해 어업, 마을 공동체의 생활방식이 겹치며 형성됐다. 제주에서 구할 수 있는 밭작물과 해산물을 활용하고 양념을 많이 쓰기보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조리법이 특징으로 꼽힌다.

갈치국과 자리물회, 성게국, 옥돔구이, 한치물회 등이 대표 음식이다. 제주의 음식문화는 고립된 지리와 지역 식재료, 척박한 농경 여건, 해녀와 어민의 생업, 식품을 오래 저장해야 했던 생활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자리돔과 채소, 된장 등을 차가운 국물에 풀어 먹는 제주 자리물회. 제주 향토음식은 해녀와 어민이 가까운 바다에서 얻은 식재료를 활용하고 계절과 노동환경에 맞게 조리하며 발전해 왔다.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자리돔과 채소, 된장 등을 차가운 국물에 풀어 먹는 제주 자리물회. 제주 향토음식은 해녀와 어민이 가까운 바다에서 얻은 식재료를 활용하고 계절과 노동환경에 맞게 조리하며 발전해 왔다.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교육은 부정숙 명인의 제주음식 인문학을 비롯해 강주남 장인의 꿩엿, 부정선 장인의 전통장, 한수열 장인의 깅이 음식 등 4개 과정으로 구성됐다.

부정숙 제주향토음식 명인은 '제주음식에 그런 뜻이' 과정에서 음식에 담긴 역사와 세시풍속, 공동체의 생활 지혜를 풀어낸다. 음식 시연과 시식을 곁들여 조리법이 만들어진 사회·문화적 배경까지 설명한다.

부 명인은 제주관광대학교 관광호텔조리과 교수를 지낸 향토음식 연구자로, 해녀들의 구술로 전해진 지역별 음식문화를 수집해 조리법을 개발·보급해 왔다. 제주음식 스토리텔링과 인문학 강의를 이어온 활동을 인정받아 2024년 제주도 지정 제3호 제주향토음식 명인에 선정됐다. 전복과 성게 내장을 활용한 전복성게게우젓 제조법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부 명인은 조리법만 가르치지 않고 음식에 담긴 제주인의 생활과 관습을 함께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둬왔다. 음식은 같은 식재료를 사용하는 방법뿐 아니라 누가, 언제, 누구와 나눠 먹었는지를 통해 지역문화를 이해하는 자료가 된다.

'제주꿩엿을 아시나요?' 과정은 강주남 제주향토음식 장인이 맡는다. 제주 꿩엿이 만들어지고 전승된 역사와 식문화적 가치를 소개한 뒤 꿩엿을 활용한 응용요리를 실습한다.

강 장인은 집안에서 2대째 이어진 방식으로 전통 꿩엿을 만들어 온 경력을 인정받아 2019년 당류가공품·전통 꿩엿 분야 제주향토음식 장인으로 지정됐다.

꿩엿은 곡물로 만든 엿에 꿩고기를 넣어 달이는 제주 전통식품이다. 국제 슬로푸드 운동이 소멸 위기에 놓인 종자와 음식, 지역 식품을 기록하는 '맛의 방주'에도 등재됐다. 이번 교육은 꿩엿의 제조기술과 활용법을 직접 익히는 데 초점을 맞춘다.

제주 연안에서 잡힌 한치가 수조에 담겨 있다. 한치는 여름철 제주를 대표하는 수산 식재료로, 회와 물회·구이 등으로 즐긴다. 제주 향토음식은 계절마다 가까운 바다에서 얻은 재료를 활용해 조리법을 발전시켜 왔다.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제주 연안에서 잡힌 한치가 수조에 담겨 있다. 한치는 여름철 제주를 대표하는 수산 식재료로, 회와 물회·구이 등으로 즐긴다. 제주 향토음식은 계절마다 가까운 바다에서 얻은 재료를 활용해 조리법을 발전시켜 왔다. /사진=제주관광공사 제공

부정선 제주향토음식 장인은 '전통장 아카데미'를 운영한다. 제주 콩과 전통장의 특성을 설명하고 제주 된장·고추장·청국장을 활용한 음식 만들기와 시식을 진행한다.

부 장인은 제주물마루 전통된장학교 영농조합법인 대표로, 제주산 친환경 콩과 토종 푸른콩 등 지역 농산물을 활용해 유기농 장류를 생산해 왔다. 전통장 체험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제주 된장과 지역 식재료의 가치를 알려온 경력을 인정받아 2024년 제6호 제주향토음식 장인으로 지정됐다.

장은 냉장시설이 없던 시절 콩을 오래 보관하면서 단백질과 음식의 간을 확보하는 발효식품이었다. 이번 과정은 된장·고추장·청국장의 완성품만 사용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제주 콩과 발효문화가 음식생활에서 담당했던 역할을 함께 살핀다.

한수열 제주향토음식 장인은 '해녀의 딸 장인의 음식, 깅이' 과정에서 깅이를 활용한 별미 네 가지를 지도한다. 깅이는 게를 뜻하는 제주어로, 제주 연안에서 구할 수 있는 작은 게를 죽이나 국 등으로 조리해 먹었다.

한 장인은 38년간 향토음식을 다뤘고, 이 가운데 21년을 깅이 음식 연구와 조리에 집중한 모메존 대표다. 깅이죽 조리 기능을 인정받아 제주도 지정 향토음식 장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깅이 음식은 값비싼 수산물을 중심으로 한 향토음식과 성격이 다르다. 해녀와 바닷가 주민들이 가까운 바다에서 얻은 작은 식재료를 버리지 않고 활용해 온 생활음식이다. 해녀의 딸로서 집안에서 접한 조리법을 교육으로 전한다는 점에서 해녀 공동체의 일상과 음식 기억을 보존하는 의미도 담겼다.

교육은 9월부터 11월까지 과정별로 2~7회 진행된다. 부정숙 명인의 인문학 과정은 20명, 강주남 장인의 꿩엿 과정은 회차별 15명씩 모두 45명을 모집한다. 전통장과 깅이 과정은 각각 15명이다.

수강료는 원칙적으로 무료다. 다만 부정숙 명인의 인문학 과정은 식재료비 등을 포함해 회당 2만원, 모두 14만원을 참가자가 부담한다. 신청자는 최대 2개 과정을 선택할 수 있으며 1순위 신청 과정과 제주도민을 우선해 선착순으로 배정한다. 신청은 제주도 식품산업과에서 온라인, 팩스, 전자우편으로 받는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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