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규어 팝니다" 알고 보니 코브라? 주택가 파고든 멸종위기종 밀수조직
인니·베트남·태국 등지서 야생생물 200마리 밀수…총책 구속·공범 4명 기소
입 결박해 과자통·속옷에 숨겨 반입…주택가 유통된 95마리 압수
[파이낸셜뉴스]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코브라와 양쯔강악어 등을 해외에서 밀반입해 초등학교와 인접한 아파트, 빌라, 고시원 등 일반 주택가에서 은밀히 유통·사육한 조직이 검찰에 적발됐다. 검찰은 총책 1명을 구속기소하고 밀수책 4명을 불구속 기소했으며 야생생물 95마리를 압수해 국립생태원에 위탁 보호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2부(이승학 부장검사)는 관세법·야생생물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국제적 멸종위기종 전문 밀수·유통 조직 총책 A씨와 밀수책 B·C·D·E씨를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인천공항세관이 야생생물 밀수 혐의로 적발한 E씨 사건을 한강유역환경청이 송치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항공권 이용 내역과 계좌 추적, 관련 사건 분석 등 약 9개월간 보완수사를 벌여 배후 조직을 특정했고 지난 6월 D씨 주거지를 압수수색한 데 이어 지난달 A씨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A씨를 체포해 구속한 뒤 조직을 적발하고 공범 관계를 규명했다. 수사 과정에서는 과거 경찰에서 불송치됐던 A씨의 밀수 혐의까지 새롭게 확인됐다.
A씨는 공범들과 함께 지난 2023년 11월부터 2024년 6월까지 모두 14차례에 걸쳐 외래생물 200마리를 밀수입하고, 2023년 11월부터 2024년 8월까지 국제적 멸종위기종 54마리를 19차례 판매·양도한 혐의를 받는다. 또한 공범들로부터 '스승' '보스'로 불리며 범행을 총괄한 데 이어 검찰 수사를 무마해주겠다며 공범으로부터 금품을 갈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총책은 하위 공범이 단독 범행인 것처럼 허위 진술하게 하는 방식으로 수사망을 피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태국 등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현지 판매책과 미리 거래를 조율한 뒤 직접 현지를 찾아 야생생물을 구매했다. 현지에 방문해서는 총책과 실시간으로 연락하며 구매 개체와 가격을 결정했고 국내 반입 방법까지 지시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밀수 수법도 치밀했다. 세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주로 어린 개체를 골라 입을 테이프로 결박하거나 눈을 키친타월로 감싼 뒤 철제 과자통(틴케이스)이나 플라스틱 용기에 압박 포장해 수하물로 반입했다. 일부 민감한 개체는 속옷 안에 숨겨 기내로 들여오기도 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폐사한 개체도 약 50마리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인터넷 파충류 전문 카페에 '피규어' '인형' 등의 은어를 사용해 광고한 뒤 거래가 성사되면 고속버스 택배를 이용해 전국으로 배송했다. 구매자와는 카카오톡으로 거래를 이어갔으며 초등학교와 인접한 아파트(회사 사택), 빌라, 고시원 등 인구 밀집 지역에서 야생생물을 사육하거나 재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최근 여주 소양천에서 발견된 샴악어와 양주 아파트 외래종 뱀, 대구 시외버스 화물칸에서 발견된 대형 뱀 등도 이 같은 밀수·유통 구조와 관련된 사례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2024년 8월 사천에서 발견된 바다악어 사체는 A씨가 밀수·유통한 개체로 확인됐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코브라와 알비노 코브라, 초록나무비단뱀, 버마비단뱀, 자수정비단뱀, 아마존나무보아, 양쯔강악어, 검정늪거북, 표범무늬육지거북 등 야생생물 95마리를 압수했다. 이 가운데 국제적 멸종위기종은 40마리로 CITES Ⅰ·Ⅱ급 개체가 다수 포함됐다. 압수 개체는 모두 국립생태원에 위탁돼 보호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로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불법 거래를 차단했을 뿐 아니라 주거 밀집지역에서 은닉·사육되던 위험한 야생동물을 압수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잠재적 위험도 제거했다"며 "앞으로도 환경청과 국립생태원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국제적 멸종위기종과 생태계 위해 우려가 있는 야생생물의 밀수와 불법 유통·사육 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예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