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 않는 바다"…KIOST, 해양생물로 역노화 소재 찾는다
[파이낸셜뉴스]400년을 사는 그린란드 상어, 4000년을 사는 흑산호, 이론적으로 늙지 않는 해파리. 지구에서 가장 오래 사는 동물은 대부분 바다에 산다. 이런 해양생물의 노화 저항성에서 인간 노화를 되돌릴 실마리를 찾는 연구가 시작됐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박건후 박사 연구팀(제주바이오연구센터)은 해양생물의 노화 저항성을 활용한 역노화 해양소재 개발에 착수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팀은 해양수산부의 '해양생물 유래 바이오소재 기반 노화 극복 기술개발 사업'의 지원을 받아 해양생물 기반 기능성 소재를 발굴하고 진단·검증 체계를 구축해 노화 극복 기술의 실용화를 추진한다. 이 사업에는 2026년 4월부터 2031년 12월까지 195억원이 투입된다.
'역노화'는 노화를 늦추는 데 그치는 항산화제 같은 항노화 기술과 달리, 이미 노화된 세포를 젊고 건강한 상태로 되돌리는 기술이다. 노화 자체에 개입해 근본적인 해결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차세대 바이오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박건후 박사는 DNA 복구 능력이 우수하고 대사 속도가 느리며 재생 능력이 뛰어난 데다 고압·고염분 등 극한 환경에도 적응하는 해양생물의 생물학적 특성에서 역노화의 가능성을 찾았다.
연구팀은 해양생물 추출물의 노화 억제 효과를 당뇨병 치료제이자 노화 억제 연구가 가장 활발한 물질인 '메트포르민'과 대조해 평가했다. 메트포르민은 당뇨병 환자를 위한 의약품인 만큼 일반인의 장기간 복용에 따른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신장 기능이 저하된 경우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가 있다. 예비 연구에서 확보한 연어 유래 후보 소재는 세포 수준에서 메트포르민 대비 최대 56% 높은 노화 개선 효과를 보였다. 노화된 피부 조직에 이 소재를 처리한 결과 주름은 3.8배, 피부 탄력은 3.6배, 피부 치밀도는 2.9배 개선되는 효과도 측정됐다. 다만 이는 세포·조직 수준의 결과로, 실제 사람에게 적용하려면 동물실험과 안전성 검증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확보된 후보 소재를 고도화해 역노화 해양소재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소재 효능을 신속히 판별하는 진단 센서와 그 결과를 수치로 제시하는 '역노화 지수'도 정립할 계획이다. 확보한 소재는 피부·모발 건강을 개선하는 기능성 화장품과 상처 회복을 돕는 창상피복재 시제품 개발로 연계하고, 장기적으로는 알츠하이머 치료 선도물질 발굴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박건후 박사는 "40억 년이 넘는 시간을 품은 바다는 생물들이 노화에 적응해 온 거대한 실험실"이라며 "해양 소재는 오랜 기간 인류가 섭취해 온 생물에서 유래해 인체 적용에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가능성을 확인한 단계인 만큼 효능과 안전성을 차례로 검증해 국민의 건강수명을 늘리고 해양 바이오를 미래 성장 산업으로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이유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