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때문에 땅 못사고, 착공 못하고, 분양도 안 된다" [무너진 주택공급 시스템]
은행·증권사 브릿지론 중단
책임준공 주체·시스템 붕괴
대규모 미분양 리스크 확대
금융·대출·세제 뒷받침돼야
"땅 매입은 브릿지론이 막혀서 안 되고, 착공은 책임준공이 무너져서 어렵고, 분양은 중도금·잔금 대출규제 리스크를 부담해야 합니다. 누가 땅을 사고, 건물을 지어 분양할 수 있을까요. 한마디로 공급 시스템이 다 망가졌습니다."(A시행사 대표)
정부가 이르면 다음 주 공급대책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현장에서는 붕괴되고 있는 공급 생태계 복원 없이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파격적으로 용적률을 높여주고 건축 및 개발 규제를 완화해도 큰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다. 생태계 복원을 위한 금융·대출·세제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문을 닫는 디벨로퍼(시행사)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등 민간 공급 기반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시행사는 재개발·재건축 등을 제외한 주택과 비아파트 공급을 담당해온 주체다.
■매입·착공·분양 '모두 막혔다'
개발업계에 따르면 우선 땅 매입에 필요한 브릿지론은 '올스톱' 상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규제가 단계적으로 강화되면서 은행·증권사 등 금융기관 가릴 것 없이 취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A사 대표는 "민간이 공급의 80%를 담당하는데 부지 매입 단계부터 돈을 빌려올 수 없다"며 "PF 규제가 유지되는 한 공급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B사 관계자는 "노른자 강남 땅도 브릿지론이 안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부동산 PF 위험가중자산(RWA) 가중치가 150%로 설정돼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PF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도 전 금융권으로 확대된 상태다. 여기에 시장에서는 자기자본비율 상향 조치가 이미 시행되고 있다.
착공도 만만치 않다. 책임준공 주체와 시스템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통상 소규모 주택과 비아파트 책임준공은 부동산신탁사가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으로 맡아왔다. 하지만 현재 신탁사들은 책준 부실로 신규 수주를 하지 않고 있다.
C사 관계자는 "신탁사에 의존하던 책준 시장은 이미 붕괴됐다"며 "대주단이 PF 부실을 책임준공 업체에 모두 전가시키는 구조가 없어지지 않는 한 (책임준공) 복원은 쉽지 않다"고 전했다.
■국토부 대책 '공급 확대' 기대 못해
분양도 녹록지 않다. 중도금·잔금 대출규제로 소비자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규제지역에서는 한도 제한 외에도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40%로 제한된다. 여기에 다주택자는 물론 비거주 1주택자에게도 불이익을 주는 세제 아래에서는 대규모 미분양 리스크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
D사 관계자는 "안양에서 비아파트 공급계획을 세웠는데 규제지역이라 강남과 같은 규제를 적용받는 게 말이 되냐"며 "공급이 필요한 곳은 규제지역으로 다 묶어놓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업계 고위 임원은 "사실 획기적인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국토부가 할 수 있는 게 매우 제한적"이라며 "금융 및 세제 당국이 기존 원칙을 깨고 전향적으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의 이 같은 하소연은 그간 수차례 이뤄졌다. 금융·세제 당국에 공식·비공식으로 의견을 전달했지만 지금까지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현석 건국대 교수는 "민간 영역을 담당하는 공급 생태계가 붕괴되면서 여러 우려를 낳고 있다"며 "PF·대출·세제 부문에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이종배 장인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