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한국이 선진국 되는 길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롤러코스터에 비유한 사람이 있다. 영화 '빅쇼트'의 주인공 미국인 투자자 '마이클 버리'다. 코스피의 심한 변동성을 기관투자자들의 투기거래 및 불길한 전조 또는 종말의 징후로 평가해서 화제가 되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도 국가자본주의와 시장투기의 실험장이라고 경고했다. 공급망의 한구석에 모든 이익이 집중되는 산업은 오래 지속할 수 없다는 점을 짚었다. 실제 국장은 시장 사이드카 발동, 서킷브레이커 발동 등이 연일 이어지면서 극심한 혼란이 이어지는 중이다. 분명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필수적인 메모리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선두에 서 있고, 그 부가가치가 매우 높으며, 이러한 상황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한국은 지난 50여년의 빛나는 성취가 무색하리만큼 사회 곳곳에서 위기의 신호를 보내고 있고, 이러한 코스피의 요동도 지속가능 발전과는 거리가 먼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의 일환이다.
정부는 반도체 초호황 등으로 발생한 대규모 초과세수를 활용하고자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려 한다. 이 기금으로 청년 지원, 미래 성장동력 확충, 지역균형발전 및 인재양성을 위한 전략적 투자플랫폼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올해 국세수입은 당초 전망 대비 50조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한 법인세 증가, 각종 성과급 지급에 따른 근로소득세 확대, 주식시장 활황으로 인한 증권거래세 급증 등이 배경이다. 내년에는 세수가 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전망치 등에 따라 내년 국세 수입은 기존 전망치 412조원보다 100조원 가까이 많은 5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바야흐로 사회 전반 구조조정의 호기를 맞고 있다. 추가세수는 복지안전망을 촘촘히 하는 데, 그리고 성장잠재력 회복에 우선적으로 투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급증할 미래 재정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성이 있고, 반도체 호황 사이클이 꺾일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국가재정법은 세계잉여금의 30% 이상을 국채 원리금 상환 등에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강도 높은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효율화를 도모하는 한편 지방주도 성장 등 5대 성장 패러다임 대전환과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축으로 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향후 10년간 1500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기로 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이재열 명예교수는 우리나라가 닫힌 압축성장사회에서 탈압축 개방사회를 거쳐 승자독식 균열사회로 이행해왔다고 진단하고 있다. '한강의 기적'은 경제적 가치이고, '6월 항쟁'이란 정치적 가치를 시대정신으로 삼았다면 이제 한국은 공동체 가치를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확립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불안과 불신, 차별과 무기력을 넘어서야 품격 있는 혁신을 통해 선진국으로 안착할 수 있다. 공정한 경쟁규칙,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안전망, 차별 없는 포용적 공동체, 그리고 무엇보다 신뢰에 기반한 숙의의 정치로 지속가능한 내일을 만들어가야 한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