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fn광장] 별점사회, 벌점사회

파이낸셜뉴스

"네이버 5년만에 별점 제도 부활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강력 반발
소비자 97.2% 구매전 리뷰 확인
현명한 선택 돕는 순기능은 뚜렷
문제는 별점이 벌점이 되는 순간
플랫폼 악성 별점 대응 강화해야"

정순민 문화대기자
정순민 문화대기자

요즘 별점이 논란이다. 스마트폰 화면 속 별점 얘기다. 사람들은 식당을 다녀온 후 별을 누르고, 택시에서 내린 뒤에도 별을 누른다. 영화를 보고, 호텔을 이용하고, 배달음식을 시켜 먹은 뒤에도 습관처럼 별을 누른다. 평가하는 사람과 평가받는 사람이 따로 있던 시대도 이미 지나갔다. 이제 누구나 평가하고, 누구나 평가받는다.

최근 네이버가 식당이나 카페 등을 별점으로 평가하는 제도를 5년 만에 부활하면서 다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때 악성 리뷰와 '별점 테러' 피해 때문에 별점을 없앴던 네이버가 지난달부터 별점을 다시 공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번 조치를 반기는 분위기이지만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의 입장은 다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달 14일 "소상공인들이 피눈물을 흘렸던 아픈 역사를 망각한 조치"라며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별점을 무조건 금지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별점은 디지털 시대의 가장 효율적인 정보 전달방식 가운데 하나여서다. 긴 리뷰를 모두 읽지 않아도 평균 별점 하나만으로 대략적인 만족도를 가늠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연맹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의 97.2%가 온라인 구매 전에 리뷰를 확인하고, 82.4%는 리뷰의 누적 개수를 구매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 소비자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다른 소비자의 선택을 돕는다는 점에서 별점은 분명 순기능을 갖고 있다.

더 큰 의미도 있다. 과거에는 전문가나 평론가처럼 소수에게만 평가할 권리가 있었다. 영화 한 편의 운명은 평론가의 한 줄 평에 따라 바뀌고, 식당의 명성은 일부 미식가의 평가에 좌우됐다. 그러나 플랫폼 시대가 열리면서 그 권한은 일반 소비자에게까지 넘어왔다. 누구나 제품과 서비스를 평가하고 자신의 경험을 공개적으로 말할 수 있게 됐다. 권력이 소수에서 다수로 이동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별점은 '민주적'이기까지 하다.

별점 문화가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도 아니다. 미국 영화 사이트 '로튼토마토(Rotten Tomatoes)'는 이를 하나의 문화로 만든 대표적인 사례다. 이 사이트는 전문가와 일반 관객의 평가를 함께 보여주며, 평론가와 관객의 점수가 크게 엇갈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같은 영화를 두고도 의견이 갈리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 다양한 평가와 취향이 공존하는 것이 오히려 이 플랫폼의 경쟁력이 된 셈이다.

문제는 별점이 벌점이 되는 순간이다. 원래 별점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상대를 응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기 시작했다.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별점 하나를 주고, 환불이나 추가 서비스를 요구하는 협상 카드로 잘못 쓰이기도 한다. 또 일부에서는 조직적으로 '별점 테러'를 벌이기도 한다. 이에 따라 검색 순위가 뒤바뀌고, 매출이 흔들리고, 소상공인의 생계가 위협받기도 한다.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미러' 시즌3 '추락(Nosedive)'편은 이런 사회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드라마 속 사람들은 서로에게 별점을 매기고, 그 점수에 따라 집을 구하고 직장을 얻고 인간관계까지 좌우된다. 별점이 떨어지면 친구도, 직장도, 인간관계도 잃는다. 과장된 디스토피아 같지만 지금 우리 사회와 그리 멀리 떨어진 이야기만도 아니다.

최근 영화 '호프'를 둘러싼 논란도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이 작품에 별 다섯개 만점에 네개를 줬다. 그런데 논쟁은 작품이 아니라 평론가를 향했다. 감독과 친해서 후한 점수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그는 감독과 친분조차 없다고 해명해야 했다. 자신의 취향과 다르다는 이유로 평가자의 동기까지 의심하기 시작하면 토론은 사라지고 공격만 남는다. 의견의 다양성이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에선 건강한 평가 문화도 자리 잡기 어렵다.

소상공인들이 네이버의 별점 부활에 우려를 표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과거 악성 리뷰와 별점 테러는 실제로 자영업자를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았다. 별점 하나가 생계를 흔드는 현실에서 별점은 더 이상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악성 별점에 대한 실질적 구제장치와 플랫폼의 책임 강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결국 문제는 별점을 어떻게 운영하고 받아들일 것인가로 모아진다. 평가는 자유로워야 하지만 책임도 따라야 한다. 소비자는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말할 권리가 있지만 상대를 공격할 권리까지 있는 것은 아니다. 별점은 상대를 응징하는 도구가 아니라 더 나은 선택을 위한 정보일 때 가장 큰 가치를 지닌다.

[email protected] 정순민 문화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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