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기자수첩] 홈플러스의 빈자리

김현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김현지 생활경제부
김현지 생활경제부

"우리는 이제 운전을 못하니까, 걸어서 장 볼 수 있는 데가 여기밖에 없어. 없어진다고 하면 너무 막막하지."

홈플러스가 급작스러운 휴업을 발표한 지난달 13일, 한 매장에서 만난 노부부에게 휴업 영향을 묻자 돌아온 말이다. 노부부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터를 잡은 20여년 전부터 쭉 함께해온 매장이다. 매일같이 이곳에서 가족의 저녁거리를 위한 장바구니를 채워 왔고, 문화센터에서는 동네 사람들과 일상을 나누기도 했다.

나이가 들면서 이동반경이 줄어들자 사실상 부부의 끼니를 책임지는 유일한 곳이 됐다. 고령인구에게 도보로 이용 가능한 동네 대형마트는 생활 필수 인프라인 셈이다. 젊은 사람들은 쿠팡이니 뭐니로 장을 본다고 하지만, 그들은 사용법도 모를 뿐 아니라 먹거리는 직접 눈으로 보고 사는 게 습관처럼 굳어졌다.

하지만 이제 그럴 수 있는 장소도 하나둘 사라지고 있다. 방송으로 휴업안내가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마트 문은 굳게 닫힌 지 몇 시간째. 부부는 허망한 마음에 휴게공간에 앉아 앞으로의 일을 걱정하고 있었다.

한때 이마트와 국내 대형마트 1위 자리를 앞다투던 홈플러스의 회생 신청은 전 국민에게 충격을 안겼다. 경영방식 및 급변하는 환경에 대한 대처 부족 등 여러 원인이 거론됐지만, 그 뒤에 '오프라인 침체'라는 거대한 구조적 위기가 있다는 점만은 명백하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21~2025년) 우리나라 대형마트 매출은 평균적으로 매년 4.2% 감소했다. 전체 파이의 5분의 1 이상이 떨어져나간 셈이다. 같은 시기 온라인은 매년 10%꼴로 몸집을 불렸다. 오프라인 기반 사업자들은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수요를 조금이라도 주워담기 위해 퀵커머스 등을 통한 탈바꿈을 시도 중이다. 이 같은 변화 속 누군가의 삶의 터전은 붕괴하고 있다.

밥상을 준비하기 위해 재료를 하나하나 손에 들고 살피는 풍경은 머잖아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기술발전은 운동장이 기울어진 방향을 바꾸고 있다. 기득권은 더 이상 사회적 지위나 부에만 귀속되는 것이 아니라 발전된 기술의 사용 가능성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들은 같은 시간에도 더 많은 정보를 얻고 더 편리한 삶을 살아간다.

마트의 위기는 오프라인 전반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은행 영업점은 이제 수익성이 아닌 금융 접근성을 위해 유지되고 있다. 소비시장도 단순한 시장논리만으로 바라볼 수 없는 영역이 됐다. 공적 관점에서 소외계층의 생활 기반을 지키려는 고민이 필요한 때다.

[email protected] 김현지 생활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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