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라토리엄 몰린 지자체, 뼈 깎는 자구책 내놓아야
秋 경기도지사 재정 비상 사태 선언
방만 사업, 선심행정 과감히 정리를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취임하자마자 '재정 비상상황'을 선언했다. 7조원에 달하는 채무를 감당하지 못해 7700억원 규모의 감액 추경을 편성하겠다는 것이다. 재정악화로 주요 사업이 올스톱될 정도로 경기도의 현재 재정상태가 나쁘다고 한다. 서민의 삶과 직결되는 노인장기요양비라든가 학교급식비도 바로 지급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이다.
지자체 재정 악화는 경기도만 그런 게 아니다. 지난해 전국 지방채무 잔액이 역대 최대인 약 42조원에 이르렀다. 지방재정은 모라토리엄을 코앞에 둔 최악의 국면이다. 새로 부임한 민선 9기 지자체장들 중 여럿이 추 지사처럼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다. 공약을 이행하는 재원을 확보하기는커녕 예산 절감방안부터 마련해야 하는 비상상황이라는 것이다. 특정 지자체의 예외적 상황이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는 구조적 현상이다.
지자체 수장이 바뀌면 경기도처럼 어김없이 전임자의 책임공방이 벌어진다. 물론 전임 지자체장의 방만경영과 비효율적인 재정 운영이 문제가 됐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어느 한 사람의 책임으로 돌리며 공격만 하고 있을 사안이 아니다. 누적된 재정 악화의 원인부터 파악하고 근본적인 지자체 재정 자립방안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다.
첫째 원인은 방만한 재정운영이다. 최근 여러 지자체에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며 취득세를 비롯한 세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그런데도 토목 공사, 청사 건설 등 대형 인프라 사업을 무리하게 펼쳤다. 게다가 선심성 복지 사업도 대폭 늘려왔다. 세입이 주는데 지출은 오히려 증가하니 재정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재원이 부족해지자 지자체들마다 지방채 발행 등으로 빚을 내가며 무리한 사업과 복지지출을 중단하지 않았다. 이 같은 방만재정은 여러 해에 걸쳐 누적되었고 결국 탈이 난 것이다. 사정이 급해지자 중앙정부에 손을 벌리는 곳들도 있다.
지자체들이 먼저 해야 할 일은 자구 노력이다. 전임자 탓으로 돌리는 책임공방을 벌이면서 지원을 요청할 일이 아니다. 정밀감사를 통해 유사·중복 사업을 통폐합하고, 성과가 부진한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자체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한다. 불요불급한 경상경비도 줄이는 등 뼈를 깎는 자구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를 통해 스스로 재정파탄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책임 있는 행정가의 모습이다.
새로 부임한 지자체장들은 전임자들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지자체 재정파탄의 원인은 연임 욕심에 선심성 정책을 남발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쌓으려는 그릇된 행정 탓이다. 이런 재정 포퓰리즘이 근절되지 않는 한 지자체 재정위기는 극복될 수 없다.
지방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오늘의 방만한 지출은 결국 다음 세대와 다음 정부에 빚으로 고스란히 대물림된다. 지자체장들은 각고의 노력으로 빚더미에 앉은 재정 상태를 정상화시켜 지역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